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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하느님의 침묵 견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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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일 이탈리아 로레토에서 열린 젊은 가톨릭 신자들과의 모임을 마치고 축도하고 있다. 교황은 이날 연설에서 "진정한 사랑을 구하라"고 역설했다. [로레토 로이터=뉴시스]

"세상을 바꿔라.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해라.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젊은이들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레토에 모인 30여만 명의 젊은 가톨릭 교도에게 한 연설에서다. 교황은 이날 준비된 원고를 읽는 대신 즉석 연설을 했다.

교황은 이 연설에서 "1회용 사랑, 이기주의적인 사랑, 물질주의적 사랑이 주변에 팽배하지만 이런 사랑 말고 깊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라"고 말했다. 그는 "남과 여의 이런 사랑이 바탕이 된 가족이 현대 사회에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에 굴하지 않고 진정한 가족의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젊은이들에겐 세상을 바꿀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곧 발간될 테레사 수녀의 서한을 모은 책 '테레사 수녀:나의 빛이 되어 주소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모든 신자가 '하느님의 침묵'에 대해 알고 있다"며 "깊은 신앙으로 자선 활동을 폈던 테레사 수녀조차 이런 '하느님의 침묵'으로 고통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신자들은 때때로 이런 하느님의 침묵을 견뎌 내야 하며, 그렇게 해야만 비신도들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지난해 150만 명이 학살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문했을 때에도 하느님의 침묵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테레사 수녀의 책에는 인도의 콜카타에서 헐벗고 굶주리는 자들을 위해 봉사해 빈자의 성녀로 불리는 그가 50년간 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어 왔다. 테레사 수녀의 성인 추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 것이다. 이 와중에서 교황이 테레사 수녀의 이런 번민을 진정한 가톨릭 신도가 경험할 수 있는 일로 평가한 것이다.

이날 행사는 전통적 가족제도를 지지하고 동성 커플에게 법적 권리를 주는 입법에 반대하고자 이탈리아 주교회의에서 마련한 것이었다. 유명 오페라 가수인 안드레아 보첼리가 참가해 '아베 마리아'를 부르기도 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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