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인 계좌 뒤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기관의 개인에 대한 계좌추적이 올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2일 재경부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금융거래정보 요구현황)에 따르면 올 1~6월 정부기관이 금융기관에 요청해 실시한 계좌추적은 39만4018건으로 하루 평균 2177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만5991건에 비해 48.1%나 늘어난 수치다. 김대중 정부 집권 마지막 해인 2002년의 1년간 계좌추적 건수(39만4805건)와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올 상반기에 이뤄진 계좌추적 중 본인의 동의를 구한 뒤 실시된 것은 3만2435건으로 전체의 8.2%에 불과했다. 2002년은 본인 동의율이 17.0%였고, 지난해 같은 기간엔 10.0%였다.

정부기관별로는 법원과 검찰이 9만4502건을 요청해 가장 많은 계좌추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공직자윤리위원회(7만8355건), 증권선물거래소(7만1174건), 국세청(6만9089건)의 순이었다.

이한구 의원은 "계좌추적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크고, 국민을 불안하게 해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인권정부를 내세운 노무현 정부는 계좌추적 급증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국세청 등 사정기관이 야당 대선 후보는 물론 친인척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부기관의 계좌추적권 남발이 정치사찰을 위한 것이었는지 여부를 밝혀라"고 촉구했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