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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나는 밟는다, 고로 존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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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스포츠카는 일단 타는 것부터 불편하다. 차체가 낮아 기어 들어가고 기어 나와야 한다. 달릴 때면 노면의 돌멩이까지 엉덩이를 찌른다. 그런데도 이런 차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개그맨 정종철(30)씨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중고 BMW의 쿠페 M3를 사면서 스포츠카에 입문했다. 그는 “차를 몰 때 누군가 내 몸을 확 잡아당기는 듯한 속도감이 엄청난 희열을 준다”며 “속도가 몸을 지배하는 그 느낌은 안락한 승차감 같은 것을 희생해도 좋을 만큼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차를 초록색으로 칠하고 ‘헐크’라는 이름을 붙여 주기도 했다. 차를 끌고 고속도로를 한번 달리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펑 뚫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김준형(39)씨는 장거리 운전에도 편한 고성능 스포츠카인 GT(Grand Touring)카 벤틀리 GT를 탄다. 성공한 스타들의 차로도 유명한 이 차는 패리스 힐튼, 하인스 워드도 가지고 있다. 그는 GT카의 매력으로 부품들이 다른 스포츠카보다 오래가서 특별히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트렁크도 넉넉해 쇼핑을 가거나 가족과 여행할 때도 이용한다는 것. “세단처럼 편하지만 간혹 일탈하고 싶을 때 폭발적인 엔진의 힘으로 내달릴 수 있어서 좋다”는 게 그가 꼽는 매력이다.

  김준수(33)씨는 수퍼카 매니어다. 수퍼카의 경우 연비는 L당 2~3m밖에 안 되고, 부품은 빨리 소모된다. 말 그대로 성능을 내기 위해 경제성은 싹 무시한 차다. 초광폭 타이어는 1만㎞ 이상은 사용할 수 없는 데다 한 번 교체하는 데 수백만원이 든다. 김씨는 지금 람보르기니의 입문형인 가야르도를 가지고 있다. 원래 람보르기니의 최상급 모델인 무르시엘라고를 소유했었지만 잔고장 때문에 결국은 차를 포기했다. 그가 이 차를 타는 것은 한 달에 한두 번. 부품들의 마모가 심해 이유 없이 차를 몰지 않는다. 그는 이 차로 직선과 곡선이 잘 어우러진 경기도 양평에서 강원도로 이어지는 국도를 달린다. 그는 “수퍼카는 잘 모셔야 하고 비위 맞추기도 힘든 게 오히려 매력”이라고 말했다.

 

오토조인스=김기태·강현영 PD [autojoins@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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