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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집행부 책임져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조계사 농성승려 집단폭행사건은 총무원측이 조직적으로 폭력배들을 동원해 일으킨 것이라는 의심이 점점 사실로 굳어가고 있다.
우리는 종교계에서,그것도 자비를 신앙의 본질로 하고 있는 불교계에서 의도적인 폭력이 자행되었다는 사실에 온 불자들가 함께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 조계종단이 심각한 내부적 문제점과 갈등요인을 안고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져온 사실이나 이번 사건의 내용을 보면 그러한 문제점과 갈등요인은 더이상 종단내부의 문제로 국한시킬 성질의 것은 아니며,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할 문제임이 분명해진다.
이를 위해 우선 우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종단 집행부가 책임을 통감하고 법취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직폭력배의 동원이 구체적으로 상부 어느 선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당국의 수사를 더 기다려봐야 한다.
수사결과 형사적 책임까지 져야 할 문제로 밝혀진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지만 설사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만으로도 종단 집행부가 더이상 자리에 연연할 수는 없다고 본다.
다음으로 우리는 이번 사건이 불교계를 혁신할 일대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당국의 수사가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사건 초기에 경찰이 보여준 수사태도는 도무지 석연치 않았다. 조직폭력배의 집결을 몰랐을리 없었을텐데도 수수방관했고,폭력을 행사하는 현장에 경찰관들이 있었음에도 현장에선 적극적으로 검거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들은 경찰이 조계종 집행부와 여러모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탓이라는 항간의 추측을 신빙성있게 해주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경찰은 국민들의 의혹을 사고 있는 점들을 파헤치고,사건의 전모를 밝혀 명예를 획보해야 한다. 경찰도 더이상 검찰수사를 지켜만 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수사에 적극 앞장서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우리가 이번 사건에서 놀란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조직폭력배가 날뛰고 있다는 사실이다. 3백여명이나 되는 폭력배가 조계사 주변 호텔과 여관에 투숙해 습격사건을 기다리는 이런 일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대서야 「차안」이 있다고 하겠는가. 비단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이런 조직폭력의 양상에 대해선 당국이 책임을 느껴야 하며,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줄 안다.
우리나라 종교계의 기둥이라할 조계종의 폭력사태로 불교계는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 전국의 불자들은 오랜 전통과 불심을 바탕삼아 사후수습과 불교 중흥에 나서야 한다. 보고만 있어서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이제 불교계의 혁신과 중흥은 일반 승려와 평신도가 중심이 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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