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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여형사의 ‘엉뚱 발랄’ 수사극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5호 15면

우리에겐 ‘네 멋대로 해라’ ‘아일랜드’ 등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팬들의 열성은 대단한 소위 ‘컬트 드라마’가 있었다.
일본에도 그리 높지 않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열혈 팬을 양산한 컬트 드라마가 많다. 대부분의 컬트 드라마는 높은 완성도 덕에 낮은 시청률의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지만 지금 소개할 드라마는 놀랍게도 형편없는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조원희의 일드열전<4> 부호형사

한국 배우 원빈과 함께 한·일 합작 드라마 ‘프렌드’에서 공연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얼굴인 후카다 교코가 주연한 ‘부호형사’는 평균 시청률 10% 안팎의 평범한 성적을 낸 드라마다.
추리물임에도 불구하고 범인이 눈에 훤하게 보이는 등 얄팍한 완성도로 시청자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수많은 팬을 양산해냈고 지난해엔 속편이 방송되기도 했다. 그 이유는 이 드라마가 유치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코미디였기 때문이다.

그 발상의 발랄함은 드라마의 내용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야키하타 경찰서에 새내기 여형사가 부임한다. 그녀는 정·재계에 실력을 행사하는 엄청난 대부호의 딸 간베 미와코. 낙하산 인사임이 분명한 이 상황을 괘씸하게 생각한 선배 경찰들이 ‘리무진을 타고 출근할 것이 분명한’ 이 부잣집 딸을 골려주려고 경찰서 주차장 앞에 못을 깔아놓지만 작전 실패. 이 신입 형사는 첫날이라 지각할까 봐 헬기를 타고 출근한 것이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모든 것을 부자의 사고방식으로 해석하는 간베는 수사 역시 부자들의 사고방식으로 해결한다. 야쿠자들이 모이는 호텔에 잠입을 해야 하면 아예 호텔을 통째로 빌려버리는 식이다.

미궁에 빠진 사건 앞에서 모두가 고민하고 있을 때 간베 역의 후카다 교코가 특유의 생각 없어 보이는 표정으로 “잠깐만요”라는 대사를 하면 형사 드라마 특유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유쾌함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잘 만든 드라마만이 언제나 매력적인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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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호형사= 전 10부작. 2005년 1월 13일 TV 아사히를 통해 방영 시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자인 쓰쓰이 야스가타의 소설이 원작. 2006년 속편 ‘부호형사 디럭스’가 방송돼 좋은 반응을 얻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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