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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선진화 방안’ 성공 못하는 이유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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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27면

경찰청이 기자들의 경찰 관련 기관 출입을 제한하고 브리핑룸과 송고실, 접견실 등에서만 취재를 허용하겠다는 ‘경찰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대부분 언론사와 기자들은 즉각 이 방안을 거부하는 성명을 냈다. 17개 중앙 언론사 기자들은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자유로운 취재 활동을 지켜내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결의했다.

정부가 국민 돈을 들여 취재 체제를 선진화해 주겠다는데 고마워해야 할 기자들이 결사적으로 저항하는 희한한 상황이 계속된다. 정부의 선진화 논리와 기자들의 취재 탄압 주장이 맞닥뜨리는 상황은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의 외교통상부 기자실에서도 벌어졌다. 과천에 있는 경제부처 기자실도 예외는 아니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가 추진하는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은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제도로 정착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다.

우선 현재 경찰에서 시작해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와 과천 경제부처에서 진행되는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은 국민의 알 권리보다는 공무원들의 일할 권리를 앞세우는 정책이다. 장관에서 경찰서 형사들까지 그들이 기자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맡은 일을 처리할 권리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를 위해, 누가 내는 세금을 받아 쓰는지를 생각하면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쉽게 드러난다.

민주주의에서 정부의 주인은 국민이다. 공직자는 국민의 동의를 바탕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국민에게서 위임 받은 권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자신들의 일을 열심히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정부기관에서 기자를 밀어내는 이번 조치는 결국 국민의 감시를 거부하는 행위이니 지지를 받기 어렵다.

마지막 이유는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이라는 잘못 지은 이름과 실천 전략의 실패다. 취재 지원은 기자들의 편의를 위한다는 해석을 유도하려는 작명이다. 그러나 실상은 기자들의 취재원 접근권을 대폭 제한하는 내용이다.

국민을 겨냥한 작명이었지만 지원 대상자들이 반발하는 이름으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선진화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성이 없다. 미국식 체제를 말하는가. 아니면 노무현 정부가 신문법 제정에 참고한 북유럽식인가. 구체적인 모델이 있는 선진화여야 그나마 설득력이 있을 텐데, 그 내용을 구체화할 수 없다. 정책 실행의 시작을 경찰로 한 것은 가장 잘못된 전략이다. 박종철 사건에서 김승연 회장 폭행 사건까지 경찰 권력의 남용 사례들은 너무 분명히 국민의 머릿속에 박혀 있는데, 그곳에서부터 취재를 제한하는 조치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가장 적은 선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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