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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균의 뇌 이야기] 男과 女의 서로 다른 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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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27면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사고를 당해 죽을지도 모르는 상태다. 그녀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멍해져서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만약 잘못되면, 이제 우린 어떻게 하지?” 울먹이며 그에게 묻는다. “이런다고 달라질 건 없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그는 평상시처럼 신문을 읽고, 밥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그가 인정머리 없이 느껴진다. 그는 그녀가 한심하다.

‘그’와 ‘그녀’의 뇌영상 사진은 얼핏 보면 닮았지만, 속사정은 좀 다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나 이별 같은 가슴 아픈 기억들을 다룰 때 남녀의 뇌기능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여자(왼쪽), 남자(오른쪽) 뇌영상 사진.

남자는 우반구의 편도체 영역과 시각피질 영역, 운동피질 영역 등의 부위가 활발해지고, 여자는 좌반구의 편도체 영역과 정서적인 경험을 해석하는 영역이 더 활발해진다고 한다. 화나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남자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싸우러 나가고 여자는 머리를 싸매고 아파 드러눕는 전형적인 모습은 바로 이런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남자 아이들이 “너희들 머리가 더 작으니 지능이 더 낮다”고 여자 아이들을 놀려대기도 한다. 실제로 남자의 뇌는 여자의 뇌보다 평균 100g 정도 더 무겁다. 하지만 여자의 뇌에는 세포체가 있는 회색질 영역이 더 많이 분포해 있다. 세포체가 오밀조밀하게 많이 분포해 있다는 것은 뇌의 보다 많은 부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자는 전화로 수다를 떨면서도 된장국을 환상적으로 끓일 수 있다. 반면 남자의 뇌는 백질 영역이 잘 발달되어 있다. 따라서 신경끼리 잘 연결돼 있어 뇌에 들어온 정보가 분산되지 않는다. 체스 챔피언은 대부분 남자이고, 밤을 새워 비디오게임에 파고들기도 한다.

뇌는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수축한다. 최근 특정 부분의 뇌가 수축하는 현상이 남성에게서 더 두드러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주 헨리 포드대 정신과에서 66세의 정상 남녀 330명을 대상으로 뇌영상 기법을 통해 뇌의 크기를 분석한 결과, 사고·계획·기억과 관련한 부위에서 남성의 뇌가 더 많이 수축되었다. 아직 뚜렷한 이유를 밝혀내진 못했지만 이러한 연구들을 기반으로 노화와 관련한 뇌질환에서 남녀의 차이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한 사이라 해도 “난 당신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란 말을 밥 먹듯이 하게 된다. 이러한 애증이 남녀의 심리에 대한 무한한 궁금증을 야기하고, 남녀의 두뇌 차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근래 뇌과학 영상기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남녀 간의 차이에 대해 모든 해답을 제시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해답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소통에 있다. 단단한 두개골을 뚫고 신비로운 뇌 속을 환히 보여주는 뇌영상 사진처럼 서로 간의 편견과 오해를 없애는 것이 관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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