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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횡령·사기 … 범죄 수익 환수 안 되면 강제노역 처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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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그래픽 오른쪽 2002년 추징금 미집행잔액은 1조699억원이기에 바로잡습니다

2005년 4월 대법원은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을 포함한 임원 7명에 대해 분식회계 범죄에 대한 추징금으로 23조358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2년여 동안 '대우특별대책반'까지 꾸려 집행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까지 거둔 돈은 1억원이 채 안 된다.

199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은 2200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10년 가까이 추징했으나 530억원밖에 안 된다. 미납액은 추징액의 세 배인 1670억에 이른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도 각각 516억원, 149억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가 환수하지 못한 추징금은 대우 23조원을 포함해 모두 24조5415억원에 이른다. 징수율은 0.2%에 불과하다. 추징금 징수가 저조한 것은 추징금 미납자들이 재산을 빼돌린 뒤 추징 시효(3년)를 넘기기 위해 '버티기'에 들어가더라도 마땅한 강제 집행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31일 범죄 수익을 추징금이 아닌 벌금형으로 선고하는 내용의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뇌물.사기.횡령.배임.관세포탈 등 중요 범죄의 경우 범죄수익 액수만큼의 벌금형을 선고한다는 것이다. 형법 제69조는 제때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미납 액수를 형으로 환산한 만큼 노역장에 강제 유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공무원에게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하면 "재산이 없다"고 버틸 경우 강제 징수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면 통상 하루 5만원씩 쳐 200일 동안 수감할 수 있다. 수감을 피하기 위해 범죄 수익을 자진 납부하는 비율이 대폭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법무부 관계자는 "통상 추징금 징수율은 10%에도 못 미치지만 벌금 징수율은 60~70%에 이른다"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범죄로 빼돌린 이익을 효과적으로 몰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은 2002년 범죄수익 몰수를 따르지 않으면 신병을 구금하는 내용의 '범죄수익법'을 시행, 집행률을 2002년 15.5%에서 2005년 53.2%로 세 배 이상 높였다.

프랑스도 추징금 미납자에 대해 3개월 이내 기간 동안 구금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부패.마약 범죄를 포함한 중대 범죄의 경우 범죄수익 몰수를 벌금형으로 하고, 미납 시 최대 10년까지 구금할 수 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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