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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성인영화, 흥행판도 바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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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국(新雪國)'이라는 일본 영화가 지난 해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본인으로 한국에서 활동 중인 탤런트 유민의 노골적인 성애 장면이 나온다는 이유에서였다. 게이샤와 중년 남성의 사랑을 그린 이 영화의 일부 '진한' 장면만 인터넷에 떠돌면서 '유민이 일본에서 포르노 배우로 활동했다'는 헛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일본의 성인영화(18세 이상 관람가)가 수입될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그러나 지난 연말 일본 대중문화가 추가로 개방되면서 이 같은 일은 거의 사라질 듯 싶다. 올해부터는 모든 일본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8년 1차 개방 조치로 '하나비'(기타노 다케시 감독)가 한국에 상륙한 이후 지금까지 선보인 일본 영화는 2002년 10편, 2003년 15편 등 모두 80여편. 올해부터는 성인물도 들어올 수 있게 됨에 따라 편 수도 크게 늘 전망이다. 게다가 일본에서 흥행한 작품들도 많아 한국에서의 성적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개봉하는 검객 영화 '자토이치'는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고 일본에서 2백만명이 넘게 관람한 화제작이다. 이 밖에 고(故) 후카사쿠 긴지 감독의 유작인 '배틀로얄2'를 비롯해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래곤 헤드', 역시 만화가 원작인 '음양사2'등이 대기 중이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공포물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도 업계 관계자들이 꼽는 기대작이다.

와타나베 준이치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실락원'도 3, 4월께 만날 수 있다. 가정을 가진 남녀의 불륜을 너무나 감성적으로 그려내 97년 한 해 일본 열도가 '실락원 신드롬'으로 떠들썩했을 만큼 대히트를 한 작품이다. 그동안 성인영화에 대한 개방 시기가 늦춰지면서 김이 많이 빠져 당시의 열기를 한국에서도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밖에 일본 에로 영화라 할 수 있는 로망 포르노물도 비디오나 DVD 출시를 노려 다수 수입될 전망이다. 비디오.DVD의 경우 일단 극장에 개봉해야 시판할 수 있기 때문에 며칠만 잠깐 걸렸다가 간판을 내리는 속칭 '비디오용 영화'가 늘어나게 될 것 같다. 이런 현상을 피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일단 개봉 후 비디오 출시 가능'이라는 조건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일본 영화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국내 시장을 위협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다. 2000년 7.4%였던 점유율은 2001년 1.4%, 2002년 3.2%로 떨어졌다. 1백만명 이상을 동원한 히트작도 '러브레터''주온', 애니메이션으로는'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세 편뿐이다. 그러나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 영화가 수입되는 올해부터는 점유율도 지금보다는 상승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적지 않다.

수입업자들이 일본 영화 개봉에 적극적인 이유는 미국 영화 등과 비교해 수입가격이 낮아 손익분기점을 맞추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의 경우 '춤추는 대수사선2' 등을 제외하면 큰 손해를 본 작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온'은 4만달러(약 5천만원)라는 '헐값'에 사서 전국 관객 1백만명을 넘기는 '대박'을 치기도 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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