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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핵 해법 중협조 “신호”/「안보리의장 성명」 채택 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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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점진적이고 단계적 수순” 입장고수/“북에 시간벌기 명분” 비난도 제기
유엔안보리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북한 핵문제에 대한 첫 조치로 결의안이 아닌 의장 성명을 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은 국제사회가 북한 핵문제에 한목소리를 내고,제재보다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는 것이다.
특히 안보리가 최근 결의안 초안까지 이사국 등에 회람시킨 터에 성명을 채택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것은 중국의 협조없이는 제재든 대화든 결실을 맺기 어렵다는 상황인식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 핵문제가 유엔안보리에 계류돼 있는 현 시점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그동안 대화를 통한 해결을 일관되게 강조해온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화노력이 소진돼가는 단계에서 과연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중국은 25일 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 결의안 채택에 반대하고 온건한 내용의 의장성명을 택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이 기존의 북한 핵정책을 전혀 변화시키지 않은 것일 뿐더러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다시 유도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한 것이다.
북한측의 무성의로 구상대로 북한 핵문제가 풀려나가지 않아 고심하고 있는 한미 양국은 중국측의 이같은 주장을 귀담아듣지 않을 수 없다.
결의안보다 의장성명이 구속력이 약한게 사실이지만 현 단계에서 안보리가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일부에서는 한중 정상회담도 있어 한국·미국·중국이 의장성명 채택을 사전조율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있지만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또 어차피 결의안이 나오더라도 그 내용이 제재가 아니라면 결의안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오면서 북한에 사찰을 거듭 촉구하고 관련국들의 대화노력을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게 정부의 구상이기도 하다.
다만 정부는 『정부의 핵정책이 너무 유화적이어서 문제가 원점에 멤돌고 있다』는 비난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어 결의안보다 훨씬 강도가 낮은 의장 성명이 채택되면 국론이 강온으로 크게 분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이같은 「명분」보다 북한 핵문제가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고 대화를 재개하는 「실리」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의장 성명이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미국측과 구체적으로 협의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정부는 안보리 의장성명으로도 북한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보다 강한 내용의 결의안에 중국도 동참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의장성명 채택의 또다른 의미를 찾고 있다.
이렇게 보면 유엔에서의 제재논의도 우리가 처음 생각한대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수순」을 밟아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곧 확정될 안보리 의장성명 내용은 유엔이 작년 5월11일 채택한 대북결의안(825호)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북한에 IAEA 사찰을 수용하도록 거듭 촉구하고 이를 위해 관련 당사국들의 대화노력을 강조하는 한편 남북한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도록 촉구할 것이란 얘기다.
유엔안보리는 IAEA가 북한 핵문제를 작년 4월1일 유엔으로 넘기자 같은달 8일 의장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결의안을 채택했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같은 대화촉구에 어떻게 응수할 것인가 하는 점인데 북한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안보리 결의안에 이어 외교·경제제재 등 다음 수순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북한은 이같이 국제사회의 압력이 가속화되어 궁지에 몰리면 최소한의 양보를 하면서 돌파구를 찾아왔던 것처럼 버틸 때까지 버티다 미국과 회담을 재개하겠다고 하면서 다시 시간을 벌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북한 핵문제가 다시 대화를 통한 해결방향으로 선회하겠지만 미국과의 관개개선과 체제유지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북한 사정으로 볼때 이 문제는 해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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