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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신세대 혼수 풍속도-살림 한밑천,예단은 옛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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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신세대 예비부부의 혼수양태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부모 의견보다 당사자들의 생활방식에 맞춰 혼수용품을 장만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으며 결혼후 지사근무.사업등으로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혼수 대신 아예 통장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특히 결혼과 관련해 늘 시비거리가 돼온 예단은 품목이 간소화됐을뿐 아니라 그 범위도 시부모와 형제등 직계가족으로만 축소되는등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혼수에서의「거품현상」이 서서히 걷혀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중 가장 크게 달라진 것중 하나가 신부가 신랑가족에 보내는예물과 예단.예단의 경우 현금으로 대신하거나 이불이나 은수저세트등 간단한(?)선물을 보내는게 요즘의 일반적 추세다.
시부모에게 드릴 4계절이불.자수병풍.보료에다 금박주발.금박단추 달린 한복.밍크코트등「한살림」씩 해가던 예단을 여전히 하는집도 있지만,이제는 흔치않다.양복.한복 1벌,침구.은수저정도다.일부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아예 예단을 하지 않 고 대신 집을사거나 전세를 얻는데 보태는 실속파들도 있다.
오는 4월 결혼을 앞두고 혼수준비에 한창인 安모씨(27)는『당초 결혼비용으로 3천만원정도를 생각했으나 좀더 넓은 아파트를얻기위해 예단을 하지않기로 했다』고 말했다.물론 부모님의 양해가 있었지만 그래도 섭섭한 생각이 들어 이불 한 채와 부모님 은수저를 따로 선물했다고 한다.
결혼비용중 40~50%까지 차지하던 예단비용이 크게 줄어든 반면 예식비용이나 신혼살림 장만에 드는 비용은 오히려 늘어나고있다. 신랑이 신부에게 주는 예물의 경우 과거에는 대도시 중산층이면 으레 금.다이아몬드.루비등 유색보석을 3~5세트씩 주었으나 요즘에는 세트개념이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0.3내지 0.5캐럿 다이아반지에다 유색보석으로 목걸이.귀걸이.반지를 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반지디자인도 캐스팅(보석알이 돌출되게 세팅하는 것)형보다 평소에도 끼고 다닐수 있는 평범한 디자인이 선호되고 있다.예물을 재산가치로 여 기기보다 액세서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구도 공간활용도가 높고 세련된 디자인을 많이 찾는추세.장롱.침대.화장대.서랍장.식탁.소형소파등을 갖출 경우 3백만~5백만원정도로 맞추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반면 냉장고.세탁기등 가전제품은 가짓수도 늘어났을뿐 아니라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다.TV의 경우 과거에는 21인치 정도가 일반적이었으나 요즘은 대부분 25인치 이상 제품이 혼수용으로 잘 나가며 냉장고(4백ℓ이상).세탁기(7㎏이상)등 도 모두 대형화되고 있다.또한 오븐레인지.진공청소기.식기세척기.비디오등이새로 혼수용품에 추가되고 있다.
이는 상당수의 신세대 주부들이 결혼후에도 직장생활을 계속하고,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냉동식품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週단위로 식품구입을 하는 등 생활패턴이 달라진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전문가들은 말한다.또 비디오는 이미 신세대들에게 는 생활 필수품화한 전자제품이다.
한편 예단.신혼살림 장만은 실용화한 반면 결혼식과 그와 관련된 준비는 점차 화려해지고 있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전통결혼식,야외.야간결혼식등 결혼식이 이벤트화하고 있다.결혼 이벤트를 전문으로 하는 기획회사까지 생겨난 형편이 다.결혼식날식장을 꽃길로 장식한다든지 실내악단을 초청,음악연주를 하는것이일반화됐다.
요즘에는 이렇다하는 집안의 경우 자녀의 결혼식장으로 서울 공항터미널.63빌딩 예식부등을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호텔에서의 결혼식도 점차 늘고 있다.얼음조각과 드라이아이스로 호화롭고 신비스런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오후 5시 이후에 하는 야간결혼식과 평일결혼식도 늘기 시작,요즘에는 서울 공항터미널 예식장의 경우 한달 평균 야간결혼식이4~5건,평일결혼식은 10여건에 이르고 있다.특히 야간결혼식은외국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성행되 고 있으며 예식에 참석한후 다시 직장으로 되돌아 가야 하는 부담이 있는 직장인들에게 호응이 좋아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결혼식에 비중을 두게되면서 신랑치장이 점차 대담.화려해지는 것도 새로운 현상.신랑의 경우 예전에는 결혼예복으로 검정.감색양복을 입었으나 요즘에는 대부분이 턱시도를 착용하고 식을 올린다.신세계백화점 신혼생활관 혼수상담실李英珠씨(34 )는 『요즘에는 고객의 90%이상이 턱시도를 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국제화시대가 되면서 신혼여행을 외국으로떠나는 신혼부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도 큰 변화중 하나다.지난해 저축추진중앙위원회가 서울을 비롯한 6대도시 거주 신혼부부 1천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결혼비용 지출 실태및 의식조사」에 따르면 해외로 신혼여행을 간 부부는 90년 5.8%에서93년 20.6%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신혼여행상품을 취급하는 世中여행사의 경우도 지난 한햇동안 모두 8백명(성수기때는 한달에 1백명)의 신혼부부들이 이 여행사를 통해 외국으로 여행을 갔다고 밝혔다.
결혼식 장면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한 결혼사진도 고급화되고있는 추세다.야외촬영.비디오촬영은 물론 최근에는 레이저 디스크까지 나왔고 결혼식의 여러 장면을 편집해 마치 영화를 보는것같이비디오 테이프를 만들기도 한다.
소품을 이용하거나 컬러링등 순수사진에 쓰는 특수효과를 가미해만든 새로운 웨딩사진까지 등장하고 있다.이들 사진은 1백만원에서 최고 3백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으나「평생에 한번뿐」이란 이유로 붐을 이루고 있다.
대한어머니회 서울시연합회 결혼상담실 廉明子실장은 최근 1~2년새 혼수가 점차 실속있고 간소화되는 추세이나 아직도 일부 몰지각한 상류층에서는 이른바 1등신랑감을 사위로 맞는 경우 몇개의 열쇠를 장만하는등 호화.사치혼수가 여전한 실정 이라고 말했다 〈李貞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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