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철용 전 의원 국회로비백태 소설 펴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5공 청문회때 국회에 돈·돈·돈”/정부·여당 크게먹고 야당은 몇백만원/물좋은 상위 배정받으려 의원들 싸워/현찰 가득든 라면박스 받아… 독식도
최근 상문고의 국회로비가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이철용 전 의원(13대·평민당·보사위)이 국회로비 백태를 소재로 한 소설 「국」을 펴냈다.
이씨는 26일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선 국회의 검은 돈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당시 동료의원들의 만류에도 불구,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농협 비자금 사건이 터졌을 때 의원들 1백명쯤은 다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면서 『의원들이 농협 돈만 받은게 아니라 보좌관·비서관에게 농협 공판장을 넘겨주는 사례도 있을 정도로 검은 돈이 오가는 국회 로비는 뿌리깊고 다양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또 로비자금의 여야간 차이에 대해 『정부나 여당사람들이 대체로 크게 먹는다. 그러나 야당의원이 눈치채고 긁어대면 몇백만원의 돈으로 입막음한다. 워낙 큰건은 여권에서 야권의 중요 인물을 상대로 직접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서사건』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씨가 이 소설의 「어둠의 어르신」이라는 장에서 밝힌 국회로비의 각종 모습. 이 부분은 영화 시나리오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이씨는 『등장인물의 이름만 익명일뿐 모두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교육위 소속의 한 의원이 K사학재단에 자료를 요청했다. K사학재단의 88년부터 91년까지 이사회 회의록이었다. 재단은 부랴부랴 그 의원과 소속당의 K의원을 찾았다. 그러나 K의원은 재단이 들고온 돈의 액수가 양에 안차 처음에는 돌려보냈다. 나중에 큰 돈을 받고서야 일을 끝냈다.
○…5공 청문회가 열리기 전후 국회에는 돈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게 보일 정도였다.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거나 이를 막아보려는 사람들은 불안감으로 이곳저곳 돈을 뿌렸다. 이런 일도 있었다. K의원은 H재벌회장이 특위위원들에게 나누어주라고 준 돈을 독식해 버렸다. 일부 의원들간에 먹은 돈 내놓으라고 떼쓰는 볼썽사나운 싸움이 벌어졌다. 또 1백만원짜리 수표는 점심값 정도로 주고받았고 지갑에 1천만∼2천만원을 넣어 다니는 의원도 수두룩 했다. 실수로 저고리를 서로 바꿔 입는 바람에 난리가 난 적도 있다. 지갑에 수천만원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K의원이 공해문제로 시끄러웠던 D기업의 사람을 데리고 L의원을 찾아왔다. D기업 사람은 L의원에게 돈봉투를 건네줬다. 그러나 L의원은 보좌관을 시켜 돌려보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K의원의 상임위가 바뀌었다. 많은 의원들이 가려고 하는 ○○위로 옮긴 것이다. K의원 때문에 ○○위에서 밀려난 C의원은 총무실을 찾아다니며 난리를 피웠다. 해마다 특별당비를 바칠 만큼 바쳤는데도 ○○위에서 쫓아냈다고 반발한 것이다.
○…두명의 K의원이 M기업의 골프장 현황과 허가내용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상임위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H회장에 관한 자료도 빠짐없이 요청했음은 물론이다. 나중에 H회장은 두명의 K의원과 만났다. 그 자리에 H회장 운전기사가 라면박스를 들고 들어왔다. 이 라면박스에는 현찰이 가득 들어 있었다. H회장은 이 라면박스를 전해주며 두 의원들에게 별도의 돈봉투도 하나씩 건네줬다.<박영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