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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대 오른 이 부패정치/상·하원 총선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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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좌·우파연합 접전… 50년 끈 보수계 권력독식 끝날듯
이탈리아의 이번 총선은 지난 2년동안 이탈리아를 휩쓴 부패정치인 숙정회오리 끝에 치러지는데다 전후 50여년간을 집권해온 보수·중도 정치권의 몰락을 틈타 대연합을 이룬 좌우정당들과 좌파정당간의 경합이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정치에도 파장
특히 지난해 12월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로마·나폴리 등 6대 도시의 시장직을 석권하며 40% 이상의 득표율을 과시했던 좌파연합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져 선거결과에 따라서는 유럽정치 전반에 파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재적 상·하의원 75%를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이번 총선은 「포르자 이탈리아」당이 중심이 된 우파,좌익민주당(PDS)을 중심으로 결성된 좌파연합,인민당으로 대표되는 중도파간의 3파전으로 압축되고 있으나 중도파는 구 집권 기민당연합에 참여했던 보수인사들이 대부분이어서 유권자들로부터 이미 외면당하고 있다.
투표를 며칠 앞둔 현재로서는 우파연합세력이 여론조사결과 45%의 지지로 35%를 얻고 있는 좌파연합을 앞서고 있지만 연합체 결정 자체가 좌익세력에 맞서 「반공」을 기치로 불과 2개월전 급조돼 결속력이 약한데다 연합구성세력간에 알력이 만만치 않아 세확산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형편이다.
우파연합의 대표주자는 3개 TV방송국을 소유한 언론재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57). 「좌익저지」를 내걸고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인기정치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대폭적인 세금감면이 주요공약.
그러나 연합에 참가하고 있는 북부동맹이 지지기반인 북부지역의 분리를 주장,내분을 낳고 있을뿐 아니라 최근에는 「포르자 이탈리아」당이 마피아에 관련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등 행보가 순조롭지 않다.
우파는 또 기민당 50년 장기집권의 기반이 되어온 가톨릭표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부패한 정치현장을 확인한 가톨릭 유권자들의 반란표가 많을 것으로 보여 고민중이다.
○시장경제원칙 접목
좌익민주당과 구 집권여당의 사회당출신,공산당 재건파 등 8개 정파가 「진보파」로 간판을 내건 좌파연합은 반좌익분위기를 의식해 고용창출·국영기업의 대대적인 민영화·자유시장원칙 등 과거 공산주의 이념을 크게 탈색한 정책을 내걸고 부패정치의 일대 혁신을 주장하고 있다.
중도연합은 구 집권 기민당의 보수 잔류인사들이 부패이미지를 없애려 이름만 바꾼 인민당과 이탈리아 협약당이 전부로 규모면에서도 가장 열세다. 16% 정도의 지지를 얻고 있어 반세기에 걸친 중도보수계의 권력독식은 이번에 끝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중도파는 좌·우 어느쪽도 과반수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으로 연정파트너라도 기대하는 입장. 결국 정치권의 물갈이를 내건 좌파와 「반공」을 방패로 세운 우파의 한판승부가 될 이번 총선은 이탈리아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것은 물론 세계의 관심을 끈 부패추방캠페인의 「심판대」라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된다.<이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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