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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터진' 설 연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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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설 연휴 시작과 함께 몰아닥친 기습 한파가 24일까지 나흘째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수도 계량기가 동파되고 양식장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는 등 피해가 늘고 있다.

특히 한파를 전혀 예상치 못한 시민들이 수도 계량기나 보일러.차량 등의 동파에 대비하지 않고 고향길에 오르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

기상청은 이번 한파가 26일 낮부터 서서히 누그러지면서 평년 기온을 회복하겠으나 설 추위와 같은 혹한이 한두 차례 더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 수도 계량기 동파 사고는 24일 오후 5시 현재 서울 1만3천여건을 비롯해 경기.전북 2천여건씩, 인천.강원 1천여건씩 등 모두 2만건을 훨씬 넘어섰다. 그러나 설 연휴 고향을 찾았다가 귀가 후 동파를 발견하고 신고하는 가정이 잇따르고 있어 피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도 계량기뿐 아니라 대구시 북구 칠성동 대구역사 3층 대합실 천장의 스프링클러 배관이 23일 오전 2시쯤 얼어터져 승객들이 일곱시간 동안 큰 불편을 겪었다.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면서 열차 출발.도착을 알리는 전광판 8개가 고장났고 대합실과 계단이 빙판으로 변했다.

전북 고창군 심원면 만돌리.두어리의 양식장 네 곳에서는 지난 22일 숭어 80여만마리가 얼어죽어 7억7천여만원의 피해를 냈다. 이 양식장은 지난해에도 강추위로 숭어 8백만마리가 동사, 70여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 전남 신안군 지도읍 내동리 朴모(42)씨의 양식장에서도 숭어 4만5천여마리가 동사해 전남도가 도내 1백14개 양식장 피해 조사에 나섰다.

고창군 관계자는 "수온이 영하 11도까지 떨어지면서 양식장이 얼어붙어 물속 산소량 부족으로 물고기가 질식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하 20도에 가까운 추위에 차량들도 얼어붙었다. 삼성화재 서비스센터 측은 "평소 7천건 정도 차량 고장신고를 받고 출동하는데 22일 2만여건을 비롯해 하루 평균 2~3배 가량 신고가 늘었다"면서 "맹추위로 배터리나 연료필터가 고장나거나 LPG 차량의 기화장치 동파 신고가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3일 오후 2시쯤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 스키장의 리프트가 갑자기 멈춰서 1백여명의 스키어가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서 30분간 떨었다.

사회부.메트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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