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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북핵 8자회담」 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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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북한·미·일·중·러·유엔·IAEA 참여/정치·외교적 해결 주장
【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러시아는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남북한 및 미·러·중·일·유엔·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참여하는 8자회담을 제의한다고 24일 러시아 외무부가 발표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그리고리 카라신은 24일 공식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북한이 IAEA와 합의한대로 의무를 수행하라는 유엔안보리의 대북한 호소결의안을 지지한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러시아는 지금까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양자회담이 불충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 때문에 양자회담의 방식을 벗어나 이 문제를 정치적이고도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자간 국제회의를 제의한다고 밝혔다.
카라신은 또 이번 회의의 의제는 모든 참가국의 합법적인 이익을 감안하는 다각적인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이 회담이 성사되면 ▲한반도의 비핵화과정 실현 ▲남북한의 안전보장문제 ▲남북한 내정불간섭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라신 대변인은 『러시아는 이러한 접근방식만이 핵무기 확산금지 체제 강화를 보장하고 동시에 분쟁으로 문제가 치닫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상호간 수용이 가능한 해결점을 찾도록 해줄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러,8자회담 제의 왜 했나/“한반도문제 관심” 의사표시/동해지역 외교적 영향력 강화 겨냥/“북한에 새 대화명분” 긍정적 평가도
러시아의 이번 다자간 국제회의 제안은 북한 핵문제를 의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큰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북한 핵문제가 평화적인 해결의 장을 떠나 강경 대결국면으로 교착상태에 빠져들고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과 새롭게 대화를 시도할 명분을 상실한 상태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미국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유엔안보리에서 자신들의 해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동의를 구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측면 때문에 이 제의의 실현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어 일단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일원의 긴장국면을 약화시키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그동안 북핵문제를 처리하면서 두가지 원칙을 견지해왔다.
하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테두리내에서 북한을 압박해 핵무기 개발의사를 포기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내면에 미국·러사아가 핵 패권을 공유하고 자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에서의 핵긴장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안보적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며 IAEA의 사찰을 북한에 강요하는 것이 자국이익에 침해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두번째는 북한의 핵개발능력 및 핵폭탄 완성여부에 대한 정보에 있어 미국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자신감과 이를 근거로 한 판단을 기초로 동북아지역에서 러시아의 전략적인 입지를 약화시키지 않기 위해 북한을 일방적인 수세로 내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미국·IAEA의 강경론에 동조하는 공식성명을발표하면서도 북한의 핵개발능력 및 완성여부에 대해서는 외무부 비공식 논평 등을 통해 『북한이 핵을 개발할 의지가 있고 이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은 있지만 아직까지 핵폭탄을 제조해내지 못한 상태』라는 입장을 꾸준히 개진해온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8자회담을 제의한 이유는 한반도 상황이 점점 위기로 치닫고 있는 마당에서 러시아는 자국 국경지역에서의 핵긴장 발생소지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러시아의 외교적 주도권을 동해지역에서도 강화해보려는 시도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이 현저히 축소되어 있다는 점,그리고 이미 대북제재 논의가 미국주도로 유엔에서 진행되고 있어 미국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러시아의 제안은 장차 한반도 문제가 논의될 경우 러시아도 관심·참여의사가 있다는 의사표시 정도로 해석될 것이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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