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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엔 기상이변 없을 듯-기상의 날 계기로 본 날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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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2월 뉴욕.시카고.워싱턴등 미국 북동부에 14년만의 폭설이 내렸을때 이를 가장 걱정한 사람은 시장들이었다.과거의 예로 보아 이들 지역에서 시장 선거의 당락은 市가 눈을 얼마나 잘치우느냐에 따라 좌우됐기 때문이다.
기상이변이나 이상기온은 고위공직자의「자리」만 위태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지난 여름 이상저온으로 물건이 안팔려 부도위기까지몰렸던 파라솔 제작업자 崔모씨(38.대전 가수원동)는『올한해에「목숨」이 숫제 여름 날씨에 달려있다』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못한다. 23일은 세계기상의 날.기상학자들의 노력과 각종 첨단과학의 발달로 날씨는 이제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됐지만 사실 만족스런 수준은 못된다.세계기상학계는 특히 기상이변이나 이상기온의 예측에는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현재 믿을만한 날씨 예측은 1주일,길어야 10일 정도다.서울대 康仁植교수(대기과학과)는『대기의「기억」과 과거의 날씨통계만의존하는 현재의 예보법으로는 10일을 넘기면 정확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한다.대기의「기억」은 기압.온도.풍 향 등 대기가보이는 나름의 변화 패턴을 가리키는 것.대기의 기억 지속시간이이처럼 짧은 것은 대기가 외부의 변화에 비교적 빨리 적응하는 특징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 계절 혹은 1년 정도 앞서 기상을 과학적으로 예측하는 수단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한 상태.그러나 기상학자들은 기억이 상대적으로 긴 외부인자를 찾게 되면 중.장기 기상예측이 가능하리라 믿고 있다.현재까지 밝혀진 가장 유력한 외부 기상인자는 해양. 康교수는『해수는 온도변화.흐름 등에서 최소한 1년이상의기억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한다.
해수중에서도 특히 엘니뇨에 대한 연구는 이상기상의 중.장기 예측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엘니뇨는 적도부근 동태평양(페루앞)의 해수온도가 평년보다 섭씨 0.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으로,지난 51년 이후 지난해까지 10여회 발생 했으며 그때마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상이 발생했다.
美국립해양대기국이 92년 1월 그간 관측한 엘니뇨를 분석해 약 2년치 기상예측을 실시한 결과,앞서 12개월은 온도에 있어실측치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온도변화의 패턴만큼은 대체로 일치했다.그러나 12개월이후의 기상예측력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에는 강수량이 많고 이상저온 현상이 나타나며,겨울에는 이상난동을 보인다.그러나 지난여름 이상저온은 엘니뇨없이 태평양상의 온도가 낮아져 일어난 것으로 분석됐다.이같은 태평양 해수의 온도저하는 아직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가장 최근의 엘니뇨는 91년 발생해 93년초 소멸된 것으로,기상청관계자는『올 여름은 평년과 같은 날씨를 보일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일본.유럽연합 등이 중.장기 기상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위해 해양 다음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 지각과 생태계다.세계 기상계는 이를 위해 GCOS,CLIVAR 등 대형 기상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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