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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시각>美.日 무역마찰은 게임양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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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美國정부관리.日本기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美日간 무역마찰에관해 이야기할 기회를 가졌다.
韓國기자 입장에서 논쟁을 붙여 볼 심산으로 양쪽에다『최근에 일어 나고 있는 무역전쟁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슈퍼 301조의 부활 문제까지 포함해서.
결론부터 말해 제법 재미있는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당초 기대는 잘못된 것이었다.
어느쪽도 이 문제와 관련해 전혀「핏대」를 올리기는 커녕 도리어『질문부터 잘못됐다』면서 나의 선입견에 반론을 제기했다.일본기자들이 말하는 요지를 정리하면 이런 것이었다.『美日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을「무역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이다.전쟁은 무슨 전쟁이냐.굳이 말하자면 하나의 게임이다.게임이란 지고 이기고 하는 것이다.무역전쟁이란 언론이 만들어 낸 말이다.
무슨 큰 싸움이라도 일어나겠지 하는 기대심리가 언론보도마다 깔려 있으나 실제 그런 일은 결코 일어 나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도 기자면서 언론을 비판했다.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진단을 내렸다.『결국 일본의 양보로 이 게임은 원만하게 마무리지어진다.물론 미국이 요구하는 수치목표 설정을 공식적으로받아들일 순 없다.그러나 실질적으론 미국의 주장을 사안별로 모두 수용할 것이다.예컨대 모토로라의 불만에서부터 해결해 나가는식이다.어디까지나 게임이다.』 미국이 너무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기본적으로 일본의 對美흑자가 너무 많지 않느냐』는등 어찌들으면 미국을 편드는 것 같은 이야기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 당국자의 반응 또한『무역전쟁이란 언론의 과장보도』라며 일본기자들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미국과 일본사이에 무역전쟁은일어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일본과 무역전쟁을 하면 미국도 엄청난 손해를 보는데 그런 걸 왜 하겠느냐.나 역시 미국과 일본의 무역마찰은 하나의 게임에 속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양쪽이 하도 똑같은 소리를 하는 바람에 어떻게 싸움을 좀 붙여 보려했던 한국기자만 머쓱해지고만 꼴이었다. 미국 신문에서도 최근 들어서는 미국의 강경책에 대한 한계점을 지적하는 칼럼들이 자주 눈에 띈다.일본에 무역보복을 할 경우 미국 국민이 어떤 피해를 보게 되느냐는 점에 초점을 맞춘 글들이다.
아무튼 일본을 겨냥한 미국의 슈퍼 301조 부활에 일본기자들의 태도는 지극히 태연했다.심지어 어떤 일본기자는 이런 말까지덧 붙였다.
『미국이 일본에 대해 더 강하게 나왔으면 좋겠다.그래야 지지부진한 구조조정 정책도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지금까지도 그래왔다. 미국의 압력에 감사해야 하는 일도 생겨날 것이다.』 한마디로 관심의 차원이나 접근태도가 한국기자와는 전혀 달랐다.당사자들은 정작 차분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데 공연히 무역전쟁이니,경제패권주의니 하며 관념적인 단어에나 사로잡혀 한국 혼자 흥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국제화」가 덜 된 ,촌스러움 탓으로 돌려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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