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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제품 변칙유통에 “충격”/수입소시지 폐기…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시장·백화점등서도 의심 않고 판매/“방치땐 곤란” 국내법 엄격적용 의지
보사부 조사 결과 국내에 수입되는 모든 외국산 수입소시지가 변칙 유통되고 있어 변질우려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보사부는 현재 서울 서초동 S백화점 등 서울의 2개 백화점에서 변칙 유통되고 있는 수입소시지를 압류한 상태며 남대문시장 등 대부분의 시장·백화점에서 이들 수입소시지가 판매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보사부는 이번 조치와 관련,수입 통관업무를 담당하는 부산검역소와 국립보건원 등 산하기관의 관계자에 대해 일제 감사를 벌이고 있어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번 감사는 수입업체가 수입신고한 소시지에 대해 부적합 판정이 내려지자 수입업자가 이의를 제기한뒤 국립보건원의 유권해석에 따라 통관 받은 사실이 밝혀져 이들 기관 관계자들의 관련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보사부 조사 결과 90년 11월10일 수입업체인 N유통은 수입소시지가 부산검역소에서 열을 가한 소시지로서 대장균이 발견돼 부적합 판정을 받자 이의를 제기,검역소측은 이에대해 국립보건원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당시 수입업체는 수입소시지는 대장균이 허용기준치 이내에서는 발견될 수 있는 비가열 제품이라며 생산업자의 생산공정 서류를 첨부해 검역소에 제출했다.
수입업체가 첨부한 서류에는 섭씨 49도의 물에서 20분간 담구었기 때문에 국내 식품 공전상의 가열 기준인 「63도 이상에서 30분 이상 열처리하거나 이와 같은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에 못미쳐 비가열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국립보건원은 이에대해 당시 「미국의 생산 공정 서류에 따르면 가열처리한 제품이나 국내 식품 공전에서 정한 가열기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가열인지,비가열인지 모를 모호한 유권해석을 내렸고 검역소는 이를 근거로 수입소시지를 통관시켰다는 것이다.
보사부는 이같은 국립보건원의 유권해석과 검역소의 통관절차가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수입업체와의 결탁이 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어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수입소시지에는 「Keep refrigerated(냉장 필요)」 「Fullycooked(완전히 요리)」 등 명백히 가열제품으로 보아야 하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는데도 국립보건원과 부산검역소가 모호한 유권해석을 근거로 통관시킨 사실엔 의문이 간다는 지적이다.
보사부는 유통기간이 30일인 가열제품을 수입 통관하는데 25∼30일 걸려 국내 시판이 어려워지자 수입업체들이 유통기간이 90일인 비가열 제품으로 둔갑시켜 유통시켰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통관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당국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 통상대표부(USTR) 피터 콜린스 부대표보 등은 지난 11일 보사부에 찾아와 이 문제와 관련,『지난 3∼4년간 통관에 아무 문제가 없던 수입소시지에 대해 한국정부가 문제를 삼아 수입업체와 생산자의 경제적 피해가 크다』며 항의한 바 있다.
보사부 관계자는 이에대해 『수입소시지는 유통기한이 문제가 되는 것으로 식품공전상의 유통기한은 우리나라 소매 유통현실을 고려한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냉동제품을 실온에 녹여 냉장판매하는 전문적 기술이 미흡해 위생상 품질 유지가 곤란하므로 녹인뒤 냉장상태 유통판매를 제도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보사부의 이번 조치는 결국 그동안 다소비식품으로 방치되다시피한 수입식육제품에 대해 국민 식생활 건강보호를 위해 국내 식품위생법상의 기준·규격 및 식품공전을 엄격 적용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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