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성적팔고 책파는 어떤 선생님(사립고 비리진단:4)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생활비 보태주는 셈 쳐라” 반강요/일부 추태로 천직을 천직 만들어
교육사업을 가장해 사복을 채우려는 학교 운영자,내 자신만 생각하고 학교측에 은밀히 돈을 건네주는 부모들.
이들이 오늘 우리 교육현장을 왜곡시키고 있는 주역들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을 직접 지도하는 교사들은 어떨까.
이들은 오늘의 부패된 교육현실속에서 『생존을 위해 윗사람들이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변명으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관계기사 23면>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돈벌이」와 「자리유지」에 맛들여 다른 교사들의 얼굴에 먹칠하는 일부 교사들의 반교육성이 오늘 교육계 부패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상문고 사태가 보도된 이틀뒤인 16일 오후 이 학교 재학생의 어미니 A씨가 본사에 전화를 걸어왔다. 『아들의 담임교사가 과외를 강요했다』는 제보였다.
A씨가 담임교사의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해 1학기 중간고사를 앞둔 4월 초순.
담임교사는 『내신성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가』라며 『대학마다 내신을 40% 이상 입시에 반영해 당락을 좌우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머니들이 길을 몰라 그러는데 방법은 있다』면서 『학교선생님들에게 과외를 받으면 내신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고 했다.
A씨가 비용을 묻자 교사는 『선생님들 생할비 좀 보태준다고 생각하라』면서 국·영·수 과목별로 1백만원씩이며 학생에 따라 「할인」도 가능하다고 친절히 덧붙였다.
몰지각한 일부 교사들이 서로 고객(?)을 소개하며 「성적 장사꾼」으로 전락된 한 예다.
교내뿐만 아니라 학원강사와도 연결해 학생들을 소개해주고 일정액의 커미션을 받는다는 얘기도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D예술고의 경우 교사들의 수백만원대 고액과외를 알선했다는 학부모들의 진정에 따라 19일부터 해당교육청이 특감을 시작한 상태다.
J고 2학년 김모군(17)이 어머니 박모씨(54)도 『새학년이 되거나 학기가 바뀌면 담임선생님이 몇번이나 학교에 꼭 와야 된다고 종용해 찾아가보면 별 얘기도 나누지 못하고 책상보 밑에 봉투만 찌르고 온다』며 『당장 성적에야 상관없어도 공평(?)한 사랑을 부탁해야지 어쩔 수 없다』고 얼버무렸다.
교사들의 반교육적 추태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인사가 재단이나 교장 1인에 의해 결정되는 사립고에선 교사들이 봉투·향응이 풍부한 「담임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학교에 잘 보이려고 애쓰고 이 과정에서 앞장서 학부모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잦다.
교사들이 참고서·보충교재 출판사로부터 소개료를 받아 이 가운데 일정부분을 학교에 상납하고 나머지를 챙기는 얘기도 공공연한 비밀.
지난해말 교사들의 이런 행태를 보다못해 결국 첫 직장인 C여고를 뛰쳐나온 김모씨(29·회사원)는 『과목별 대표교사를 통해 학기초 참고서·보충교재 출판사로부터 권당 판매가격의 20%씩 떼어받아 학교에 절반을 상납하고 1인당 수십만원씩 나눠 썼다』고 분개했다.
대다수 선량한 교사들에게 배신감과 허탈감을 안겨주고 교육계 전체를 황폐화시키는 일부 교사들의 반교육성이야말로 교육계 정화의 첫 대상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사는 항상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깨끗한 거울이어야 하기 때문이다.<권태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