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북핵대응 “작전짜기”/김 대통령 일·중방문 왜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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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제재동조… 중엔 북설득 등떠밀기/격식 떠난 「세일즈외교」 가동 본격화
김영삼대통령의 이번 방일·방중은 한국·일본·중국 등 동북아 3국 협력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가는 출발점이자 냉전종식후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개척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역사·지리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이들 국가의 정상들과 개인적 친분과 유대를 돈독히하고 상호 신뢰를 증진함으로써 두나라와의 협조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순방의 중요한 목적이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의 답은 장기적으로 이웃인 일본·중국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들과의 협력의 유형·틀·습관을 기르는 것이 우리 외교의 가장 큰 과제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일본 총리가 19,20일 이틀간 중국을 방문,장쩌민(강택민)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터여서 3국의 정상이 사실상 정상회담을 갖고 지역협력을 논의하는 셈이다. 특히 이번 김 대통령의 2개국 순방은 북한 핵문제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기조에서 「북한과 국제사회의 힘겨루기」로 넘어가고 남북관계가 전기를 맞는 중요한 시기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와 이 문제를 조율하는데 더 없이 좋은 기회로 평가된다.
김 대통령은 강 주석에게 중국의 권유로 핵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1년 넘게 노력해왔음을 설명하고 『그럼에도 이 문제는 원점에서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하면서도 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며 북한을 제재하거나 고립시켜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유지해온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김 대통령은 강 주석과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해서도 중점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의 통일정책을 분명히 알릴 기회가 될 것이 틀림없다.
김 대통령은 호소카와 총리에게도 핵문제에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할 예정인데 일본은 일찍부터 『대북제재조치가 필요하면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와 두 정상은 적어도 북한 핵문제에 관한한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정치분야 말고 경제분야에서의 실질협력관계를 한층 강화시키는 것도 이번 순방의 주요 목적중 하나다.
김 대통령은 UR타결후 무한경쟁시대에 대비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이번 순방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김 대통령은 강 주석이 방한할 차례인데도 의전관례를 무시하고 중국방문을 결정하며 격식을 떠나 실리외교를 펼 의사를 밝혔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직접 세일즈맨이 되어 지구의 어디라도 달려가겠다』고 말해왔다.
일본은 교역규모가 3백16억달러에 달해 우리의 제2대 교역시장이고 중국도 교역규모가 1백억달러에 육박해(90억8천만달러) 이들 두나라와 경제협력관계를 잘 구축하는 일이야말로 경제·통상외교의 핵심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과는 내달 신경제협력기구(NIEP)를 출범시켜 한일 두나라간의 통상현안을 포괄적으로 협의키로 이미 합의되었으며 중국과는 김 대통령의 방중과 때맞춰 한중 산업협력위원회를 발족시켜 양국간 자동차·항공·통신분야에서의 협력관계를 한층 심화시킬 예정이다.
김 대통령은 이번 두나라 순방성과를 바탕으로 6월초에는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주변 4강을 대상으로 한 정상외교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는 셈이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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