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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 보자, 헷갈리는 지자체 잣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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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등지의 재건축·재개발 추진계획(기본계획) 확정으로 개발 윤곽이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투자는 만만찮다. 용어부터 어려워 쉽게 덤벼들지 못한다. 특히 자치단체별로 적용 규정이 달라 투자자들은 더욱 헷갈린다.

 각 자치단체의 관련 규정도 잇따라 바뀌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자치단체들이 해당 지역의 실정 등에 맞춰 규정을 까다롭게 하거나 완화하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의 큰 틀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관련 시행령을 따르지만 세부적인 기준은 해당 자치단체의 조례에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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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건물도 지역따라 ‘양호’ ‘불량’ 엇갈려=재건축·재개발은 법에서 정한 ‘노후·불량 건축물’을 허물고 새 집을 짓는 사업이다. 그런데 자치단체에 따라 노후·불량 건축물 기준이 다르다.

 자치단체들은 법에서 정한 노후·불량 건축물 기준(준공 20년 후)을 강화했다. 아파트의 경우 서울에선 1982년 이전까지 지어진 건물만 준공 20년 후 재건축이 가능하고 그 이후 지어진 건물은 재건축 가능 연한이 길어진다. 92년 이후 지어진 5층 이상은 40년이 지나야 한다. 인천·경기도는 둘 다 83년까지 지어진 아파트에 대해 ‘준공 후 20년’을 적용하지만 84년부터 들어선 건물의 규정은 차이가 있다. ‘준공 40년 후’가 적용되는 건물은 인천과 경기도에서 각각 94년, 93년 이후 지어진 5층 이상 아파트다.

 재개발 요건도 제각각이다. 재개발은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된 지역 중 도로 등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을 대상으로 한다. 기반시설 여건을 따지는 기준은 노후도(노후·불량 건축물 비율), 호수밀도(1만㎡에 들어선 건물 수), 접도율(일정한 폭 이상의 도로에 접한 건물 비율), 자투리땅 비율 등이다.
 자치단체마다 기준이 달라 노후도의 경우 서울 60% 이상, 경기 50% 이상, 인천 40% 이상이다. 서울은 4개 기준 중 둘 이상 맞아야 하지만 경기·인천에선 하나만 충족되면 된다.

 ◆새 아파트 분양 자격 제한=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무허가건물 기준이 지역에 따라 크게 차이난다. 서울에선 81년 말 이전에 지어진 경우만 해당된다. 인천·경기는 89년 1월 24일 이전에만 지어졌으면 인정해준다.

 입주권이 나오는 토지 규모도 다른데 이 규모 이하로 분할됐더라도 무주택자면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분할 토지의 최소면적 기준은 서울·인천 30㎡, 부산·대구 20㎡다.

 상가를 갖고 있는 경우 서울·인천에서는 권리가액이 새 아파트의 최소 조합원 분양가 이상이어야 주택을 배정받을 수 있다. 반면 경기도에서는 주택과 마찬가지로 권리가액 순으로 배정받기 때문에 입주권을 보장받는 셈이다.

 투자자들이나 조합원들이 가장 헷갈리는 규정이 쪼개진 지분(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권리). 지분 쪼개기는 당초 다가구주택이나 단독주택으로 지어진 건물을 다세대주택으로 분할해 집 주인을 여러 명으로 늘린 것을 말한다.

 서울시는 2003년 12월 30일 이후 쪼개진 지분에 대해서는 입주권을 주지 않는다. 이날 이전 쪼개진 지분은 전용면적 60㎡ 이하만 배정토록 했다가 지난달 말 완화했다. 전용 85㎡ 이하 물량 가운데 조합원들에게 분양하고 남는 물량이 있으면 배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용 60㎡ 이하로 쪼개진 다세대 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어 총 전용면적이 60㎡를 넘으면 권리가액에 따라 전용 85㎡ 초과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분 쪼개기가 많아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역들이 사업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고 말했다.

 인천은 쪼개진 지분에 대해 전용 60㎡ 이하의 아파트를 주도록 하고 있다.

 경기도는 서울·인천보다 늦은 올해 4월 9일 지분 쪼개기 규제에 나섰다. 쪼개진 지분에 대한 새 아파트 배정 규정은 따로 두지 않았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재건축·재개발이 가장 활발한 서울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규정을 세밀하게 다듬은 데 비해 이제 초기 단계인 다른 지역들의 규정은 다소 엉성하다”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자치단체의 관련 규정 손질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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