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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만 거인병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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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홍만은 거인병' 이라는 말은 씨름선수였을 때부터 들리던 소문이었다.

말단비대증은 성장 호르몬을 분비하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겨 끊임없이 성장하는 병이다. 손.발.턱 등 말단 부위가 비정상으로 커지기도 하지만 뇌하수체를 모두 망가뜨리고 당뇨 등 여러 합병증을 일으킨다. 여자 농구의 '코끼리'로 불렸던 김영희씨도 이 병으로 투병 중이다. 조기에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

5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체육위원회(CSAC)가 최홍만의 말단비대증을 처음으로 공식 거론했다. CSAC는 "최홍만의 머리 속에 직경 2㎝의 종양이 발견됐다. 타격이 가해질 때마다 종양이 파열될 위험이 있다"며 6월 초로 예정된 최홍만의 LA 대회 출전을 금지했다. CSAC는 그러면서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부문 국내 권위자인 경희대 의대 내분비내과 김성운 교수가 "최홍만의 얼굴을 보면 말단비대증이 틀림없다"고 주장, 논란은 더욱 커졌다.

최홍만은 "이미 종양을 알고 있었으며 5년 전 성장이 멈췄고, 사는 데 1%도 지장이 없다"고 무시했다. 8월 5일 최홍만은 홍콩에서 게리 굿리지에게 1회 KO승하면서 논란을 잠재우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8일 KBS의 추적 60분 팀이 '말단비대증 논란 K-1을 뒤흔들다'라는 제목의 고발 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 다시 거인병 논란에 불이 붙었다. CSAC 등을 취재한 추적 60분은 "1년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경기할 때 제출한 MRI 사진에는 종양이 없었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FEG가 1년 전에는 MRI 사진을 제출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고, 추적 60분 팀은 "그렇다면 공개적으로 국내에서 진단을 받자"고 제의했다. 당시 최홍만은 "한 달 안에 기자회견을 통해 모두 밝히겠으며, 국내 의료진의 건강진단을 첨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홍만과 FEG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정밀 검사를 했는데 지장 없다고 하더라. 필요한 경우 약물 치료를 하겠지만 당장 수술은 필요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느 병원에서 검사를 했고, 어떤 진단이 나왔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격투기 선수들에 대한 건강 검증시스템이 없다. 건강이 좋지 않은 선수가 출전하겠다고 해도 말릴 수 없다.

그러나 최홍만에게서 종양이 발견된 이상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이종격투기 김미파이브에 출전한 선수가 경기 직후 사망한 일도 있다.

K-1은 연말까지 굵직한 대회가 잇따라 열리고, 최홍만은 K-1의 최고 스타 중 하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종양이 활동성이냐, 아니냐다. 아직도 종양이 자라고 있다면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 전문의들은 정밀 검사를 통해 밝힐 수 있다고 한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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