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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남북 정상회담선 못 풀어 6자회담서 논의하는 게 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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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남북 정상회담이 북한 핵 문제 해결에서 독자적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 문제는 6자회담에서 논의하는 게 낫다."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사찰에 관한 한 최고 권위자인 한스 블릭스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만났다. 그는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창규).한국수력원자력.한국원자력학회(회장 김시환) 공동 주최로 7월 14일~8월 24일 청주에서 열린 세계원자력대학 여름학교에 특별연사로 초청돼 한국을 찾았다. 그를 24일 청주의 라마다 플라자 호텔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곧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를 가장 중요한 의제로 논의해야 할지 의견이 엇갈린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정상회담은 핵 문제보다는 긴장 완화를 주로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본다. 관련 당사국이 다 포함된 6자회담이 북핵 문제 논의에 더 나은 형식이다. 회담을 통해 북한과 관련 당사국 모두 같은 안전보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은 남북과 관련 국가 모두에 중요한 안보 문제다."

▶귀하가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던 기간 중 북핵 위기 해소를 위한 제네바합의가 있었다. 지금은 2.13 합의가 있다. 둘을 비교해 달라.

"나는 1994년에 체결된 제네바합의를 지지한다. 이를 통해 북한이 선언한 것보다 더 많은 플루토늄을 갖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 합의 덕에 90년대 북한의 플루토늄 추가 생산을 중단시켰고 사용 후 핵연료는 저장고에 보관될 수 있었다. 그런데 2002년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미국의 의혹 제기는 증거도 없는 성급한 주장이었다."

▶미국은 북한의 HEU 프로그램을 확신하는 것 같다.

"미국의 정보기관이 HEU에 대해 좀 더 알았다면 더 많이 공개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몇몇 전문가와 얘기했는데 내 인상은 '원심 분리기가 있다'는 정도 같다. 위원장의 경험으로 말한다면, 나는 미국의 정보를 100%까지 신뢰하지는 않는다."

▶미국 책임론을 말하나.

"조지 W 부시 정부는 94년 합의를 부도덕하며 나쁜 거래로 봤다. 그런 태도는 사태를 악화시켜 북한이 2002년부터 재처리에 나서게 만들었다. 북한은 5년간 재처리를 했다. 엄청난 양은 아니겠지만 94년 때보다 플루토늄 양이 훨씬 늘었다. 북한을 감싸는 건 아니지만 사태가 미국의 정치적 행동에서 촉발됐다고 생각한다."

▶6자회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가.

"아니다. 회담에 대해선 긍정적이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현명한 길로 접어들었다. 당근을 사용하는 게 채찍보다 낫다. 북한은 자신의 안보를 핵무기를 통해 지키거나 외부 보장을 통해 확보하거나 어느 쪽이라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회담을 하면서 같이 채찍을 휘두르면 북한은 외부 보장보다 핵무기를 선택할 수 있다."

▶2.13 합의는 핵 불능화를 합의했다. 어떻게 진행될 것 같은가.

"사용 후 핵연료를 북한에서 꺼내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라크의 핵연료는 러시아로 이전됐다. 북한은 94년 이래 핵연료를 건조 저장고에 보관했는데 반출 문제가 협상에서 매우 어려운 이슈가 될 것이다."

▶귀하의 경험으로 볼 때 북한이 순순히 사찰에 응할 것 같은가.

"자유 사찰이 가능했던 이라크와 비교한다면 북한의 상황은 다르다. IAEA 사찰 단원이 북한 전역을 가려면 별도 합의가 필요하다. 과거 북한은 IAEA와 자유 사찰에 합의했지만 한 번만 받아들였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불능화는 몇 달 내에 끝낼 수 있다."

대담.정리=안성규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부장
사진=강정현 기자

◆한스 블릭스=스웨덴 외무장관 출신. 81~97년 IAEA 사무총장을, 2000년 1월~2003년 7월 유엔 산하 검증.사찰위원회(UNMOVIC) 단장을 지냈다. 이라크의 WMD 사찰이 주 임무였던 UNMOVI 단장 시절 이라크의 핵무기와 화생방 무기 개발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 미국과 갈등을 빚을 만큼 독립적이었다. 현재는 유엔 외곽 조직인 유엔협회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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