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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내달 4~5일 ‘콘서트 외교’ 펼치는 주한 외교관 배우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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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뮤지션으로 활동 중인 주한 외교관의 두 배우자가 같은 무대에 선다. 주한 뉴질랜드 대사의 남편인 재즈 보컬리스트 팀 스트롱(53)과 주한 카타르 대사의 부인인 피아니스트 나오미 알미드하디(48)다. 이들은 다음달 3일부터 사흘간 서울 순화동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갤러리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나오미는 4일 퓨전 국악을 선보이고, 팀 스트롱은 5일 재즈 밴드와 함께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들려준다. “음악과 외교는 각기 독특한 매력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빼앗는 공통점이 있다”고 믿으며 ‘음악외교’ 활동을 펴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한국 태평무서 에너지 느껴”

카타르 대사 부인 알미드하디 … 가수 겸 피아니스트

주한 카타르 대사 부인 나오미 알미드하디.

  작곡가, 피아니스트, 가수, 화가, 대사의 부인, 네 아이의 엄마인 나오미 알미드하디는 “이 모두 비슷한 영감을 받아 하는 일”이라며 웃었다. 주한 카타르 대사 아흐메드 S 미드하디(53)의 부인인 그는 1986년부터 세 장의 앨범을 냈다. 자신의 곡을 발표한 연주회도 수십 차례 연 아티스트다.

 그의 음악은 일본의 전통 문화와 서양의 스타일이 섞여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다른 감각으로 모티브를 조합해 신선한 음악을 만들어내기 때문.

2005년 한국 공연에서는 청중들에게 즉흥적으로 동기를 받아 즉석에서 곡을 만들기도 했다. 그날 청중 중 한 명이 흥얼거리며 제안한 소절은 ‘아리랑’의 짧은 멜로디. 나오미는 피아노로 그 소절을 에너지 넘치고 세련된 음악으로 발전시켰다. 일본의 쇼비 콘서바토리에서 정통 음악 교육을 받은 경력 또한 작곡과 연주의 질을 높였다.

 나오미는 “대사 부인이 취미로 예술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여러 나라를 돌며 정착하는 외교관 부인의 삶이 그의 음악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나라에 처음 도착하면 그 나라 사람들과 땅에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속으로 한다”고 말했다. 결혼 이후 미국 3년, 영국 7년의 외국 생활을 시작할 때마다 ‘이 나라의 문화와 환경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되뇐다고 한다.

 한국 생활은 남편이 2005년 대사로 부임한 이후 3년째다. 그는 “공항에 내려 서울로 들어오면서 ‘투명함’을 제일 먼저 느꼈다”고 기억했다. 하늘과 공기, 사람들 모두 투명하고 깨끗했다는 것. 이렇게 한국에서 받은 느낌은 그녀의 그림과 음악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울 직전에 살았던 런던에서 진척되지 않았던 곡이 한국에 와서는 단번에 완성되더라”며 “한국의 깨끗한 느낌을 담은 음악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을 모은 앨범도 준비 중이다.

 “작품을 만드는 영감은 어떤 순간에 갑자기 오고, 그림을 그릴지 곡을 만들지는 나도 예측할 수 없어요.”

 그는 이런 방식으로 작업한 작품으로 10여 차례 전시회도 열었다. 한국에서는 태평무도 배웠다. “춤에서 느낀 지구의 에너지를 음악·그림에 표현한다”고 말할 정도다. 각기 다른 장르의 예술을 통합할 줄 아는 아티스트다.

작곡가 강은일씨와 함께 무대에 올리는 곡에서는 한국의 전통 악기가 그녀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만난다. “한국에서 살게 된 것은 운명이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묻어나는 음악이다.

글=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패티 김 노래 에 아픔 담겨”

뉴질랜드 대사 남편 스트롱 … 뉴욕서 활동한 재즈 보컬

주한 뉴질랜드 대사 남편 팀 스트롱.

  팀 스트롱은 17년간 뉴욕 무대에서 활동해 온 유명 재즈 보컬리스트다. 정통 블루스에서 재즈까지 섭렵했다. 청중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저음이 매력적이다.

 그의 보컬은 계절로 치면 가을에 가장 가깝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그를 “따스함과 위트가 넘치는 재즈 보컬리스트”라고 평한 바 있다. 부인인 제인 쿰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지난해 초 부임하면서 그도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첫 한국 공연을 열기도 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패티 김의 ‘초우’를 부른다. 한국 관객을 위한 선물이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슬픔이 느껴지는 노래라서 선택했어요. 패티 김의 보컬과 곡의 멜로디에서 슬픔과 아픔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관객에게 강한 임팩트를 주기 위해 부드럽게 속삭이듯 부를 겁니다. 패티 김은 훌륭한 보컬리스트에요. 언젠가 함께 무대에 서고 싶네요.”

 ‘초우’는 그가 선택한 첫 한국 노래는 아니다. 그는 지난 공연에서 ‘아리랑’을 앙코르 곡으로 불렀다. 그는 요즘 ‘진도 아리랑’을 배우는 등 우리 음악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주한 대사의 배우자들이 참가하는 자선행사에서 ‘아리랑’을 처음 불렀죠. 그때는 그냥 읽는 수준이었는데, 나중에 가사가 무척 슬프고 어려운 멜로디의 곡이란 것을 알고 좋아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외워서 부를 정도가 됐죠. 제가 부르는 ‘아리랑’은 세미클래식 하면서도 재즈 느낌이 납니다.”

 뉴욕에서 배우와 제작자로도 활동했던 그는 한국 영화에도 출연한다. 9월 말 개봉하는 ‘상사부일체(두사부일체 3)’에서 마피아 보스 역을 맡았다. 영화 제작자가 우연히 그의 공연을 보고 섭외에 들어갔던 것. 그는 기회가 되면 한국 드라마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트롱은 “재즈는 내 운명”이라고 말했다. “내가 재즈를 택한 게 아니라 재즈가 나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초기에 리듬 앤 블루스와 팝을 했는데 제작자들이 한결같이 ‘왜 재즈처럼 만드느냐’고 묻더군요. 목소리도 재즈에 적합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죠. 그래서 재즈로 전향했습니다. 심오하고 복잡하면서 모든 요소가 조화로운 재즈를 사랑합니다.”

 그는 미국의 유명 재즈 뮤지션, 한국 가수와 함께 음반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한국 뮤지션으로는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피아니스트 김광민,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등을 꼽았다.

 “한국에서도 재즈가 사랑 받고 있어 무척 기뻐요. 문화적 자산이 풍부한 한국에서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글=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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