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새 1억2천만원 턴 소매치기단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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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시내버스 승객의 안주머니에 든 금품은 모두 우리 것이다』-. 서울영등포 일대 시내버스 승객을 상대로 금품을 싹쓸이해오다14일 경찰에 일망타진된 安榮植씨(53.절도5범)등 공포의 소매치기단「대머리파」일당 5명의 범행규모와 대담성은 놀라웠다.이들은 지난해 12월20일께부터 지금까지 불과 3개 월동안 영등포시장일대와 목동신시가지,화곡동 김포공항을 통과하는 시내버스 승객을 상대로 6백여차례에 걸쳐 1억2천만원을 털었다.
하루평균 일곱차례 범행,1백30만원씩의 고소득을 올린셈이다.
이들이「사업」에 성공한 비결은 처음부터 철저한 역할분담으로 20~30년동안 체득한「고난도기술」을 십분 활용해온데 있었다.
安씨는 사장,李成圭(46.절도15범).鄭孝誠(47.절도5범)씨는 기계역,柳亨善씨(47.절도2범)는 경리겸 안테나역,鄭鍾煥씨(44.절도8범)는 바람잡이역을 맡아왔다.
이들은 일단 범행대상이 선정되면 安씨와 바람잡이 鄭씨,안테나柳씨는 피해자의 주위를 둘러싼뒤 피해자의 발을 밟거나 어깨를 툭쳐서 주의를 산만하게 한다.이때 기계역중 한사람인 李씨가 미리 준비한 검정색 서류가방으로 피해자의 시선을 가리고 柳씨는 백미러를 통해 차내를 감시할수 있는 운전사의 시선을 차단한다.
이어 또다른 기계역 鄭씨는 면도로 피해자 양복 상의 안주머니와그안에 있는 돈지갑을 째고 금품을 고스란히 빼낸다.
조사를 맡은 베테랑형사들은『이들이 구사한 안창따기수법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안주머니와 지갑을 동시에 째고 흔적도 없이 금품을 터는 한차원 높은 고난도 수법』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들은 제각기 독고다니(단독)로 핸드백을 열고 돈을 훔치는 백따기,뒤호주머니를 터는 집게등의 단순한 수법으로 범행을 해오다「큰돈을 만져보기위해」 지난해 12월부터 동업체제에 들어갔었다. 경찰은 지난달 중순부터 버스에 소매치기가 성행한다는 신고에 따라 형사 2명을 대학생으로 위장시켜 범행현장을 적발하고 망원렌즈로 행동장면을 날짜별로 채증한뒤 14일 오전11시45분쯤 양천구목동 오목교 네거리 102번 버스안에서 범행 직전 전원을 검거했다.
〈李夏慶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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