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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구보선」 겁난다”/「박철언의원 실형」을 보는 정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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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반민자 비민주」 TK정서는 여전/새 선거법 첫무대서 죽쑬가 고심
국민당의 박철언의원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6월의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여야 정치권이 대구지역 보궐선거 가능성을 점치며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새정부 출범후 두드러지고 있는 대구의 지역정서로 인해 보선 결과가 주목되는데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통합선거법의 첫 시험무대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재판결과에 대한 여야 시각은 확연히 다르다.
민자당은 사법부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일뿐 정치적 고려는 없다고 잘라말한다. 문민시대에 사법부에 정치적 외풍이 작용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반면 야당은 민자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이후 반김영삼진영에 섰던 박 의원에 대한 구속 자체가 표적사정이라며 이번 재판 역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선 “외압작용”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최근 김종인의원이 집행유예로 석방돼 박 의원 역시 항소심에서 풀려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여권에서는 그의 석방에 적잖은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한다. 즉 박 의원이 풀려날 경우 현 정부를 공격하고 다닐게 뻔하고 대구지역 정서와 맞물려 영웅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을 것이란 시각이다.
국민당의 김수일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뚜렷한 직접 증거가 없는 등 애당초 정치적 목적이 담겨 있다는 의혹이 많아 사법부의 양심을 기대했다』며 『그럼에도 실형을 선고한 것은 법의 정의를 무시한 것이자 재판마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진행됐음을 입증해준 결과』라고 논평했다.
아무튼 박 의원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은 항소심 구속 만기일인 오는 21일부터 4개월이내인 7월21일까지 끝내야 한다.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되지 않는한 박 의원은 유죄 확정과 동시에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의원직을 상실하게 될 경우 9월의 정기국회를 고려할 때 8월중에 보궐선거가 실시될 가능성이 많다.
○8월 실시 가능성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내심 고민이 적지 않다. 특히 민자당은 판결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무슨 보선이냐며 겉으로는 태연하지만 대구쪽에서 불어오는 심상찮은 기류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민자당의 대구지역 의원·지구당 위원장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없다고 엄살이다. 심지어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레 패전을 점치는 이도 있다.
박 의원 탈당뒤 지구당 위원장을 맡은 정창화 전 의원이 상당히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TK몰락」 「표적 사정」 등에 담겨있는 이 지역 사람들의 응어리가 워낙 깊어 정씨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최근 김만제 전 부총리가 포철 회장에 전격 선임되고 사공일 전 재무장관이 다시 교통개발연구원 이사장에 임명되는 등 현 정부가 뒤늦게나마 TK쪽에 시선을 돌리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기는 하나 이같은 배려가 응어리를 어느정도 달래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쪽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비록 대구정서가 민자당에 대해 등을 돌리고 있는게 사실이나 그렇다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른바 「반민자 비민주」가 대구 분위기임을 민주당쪽도 잘 알고 있다.
○“패배는 불보듯”
그동안 이기택대표를 비롯해 김상현고문 등 주류·비주류를 가릴 것 없이 당지도부가 수시로 이 지역을 드나들며 미소작전을 펴왔으나 아직까지는 별무성과다.
현지에서는 이같은 분위기 때문에 박 의원 부인이 나설 것이란 추측이 무성하며 Y,S,L씨 등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등 벌써부터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어쨌거나 보궐선거가 있게 될 경우 이른바 대구정서의 실체를 가늠하는 한편 새 선거법의 첫 실험무대가 된다는 점 등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신성호기자>
◎박철언씨 항소심 실형선고 의미/대법서 확정땐 의원직 상실/사실관계 판결끝나 원심 뒤집기 어려워/피선거권도 박탈… 3개월내 보궐선거
박철언피고인(53)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음으로써 치열하게 벌어졌던 검찰과 변호인간의 법정공방에서 일단 검찰이 승리를 굳히게 됐다.
상고심이 남아있긴 하지만 대법원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사실 관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끝난 셈이어서 대법원이 원심을 뒤집을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기 때문이다. 항소심에서 변호인측은 무죄주장과 함께 직업·성향·다른사건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 내심 실형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양형에서 변호인의 주장을 일부 수용,1심보다 6개월을 낮추기는 했지만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홍성애씨에 대한 공판기일전 증인신문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변호인측 주장에 대해 『피고인과 변호인이 증인신문에 참가하지 않았더라도 판사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채택한 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박 피고인이 당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무마할만한 자리에 있지 않으므로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변호인측 주장에 대해서도 『이 사건후 피고인이 체육청소년부장관으로 입각해 촉구와 탁구에서 남북단일팀을 성사시키는 등 막강한 실권자였기 때문에 세무사찰 정도는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항소심이 끝나면서 박 피고인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유·무죄 보다는 그의 「정치생명」으로 옮겨가고 있다. 관계법에 따르면 잔여임기가 1년 이상이고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은 자동 상실되고 유죄 확정후 3개월내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또 징역 3년 미만의 형은 실효기간이 5년이므로 박 피고인은 의원직 박탈뿐만 아니라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당해 입후보도 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구속사건의 대법원 처리시한이 4개월이므로 박 피고인의 의원직 상실은 시간문제로 출신지역구인 대구 수성갑구의 보궐선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정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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