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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고시촌 소음공해 “몸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재개발 아파트 조합원과 4년 마찰/입주학생들 계속 줄어 방 절반 비어
서울 신림9동 고시촌 한복판에 20층 규모의 재건축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게 돼 인근 고시원측과 재건축 조합원들간의 마찰이 4년째 계속되고 있다. 고시원 주인들은 아파트 건축공사로 인한 소음과 먼지 때문에 서울의 명물중 한곳이 된 고시촌지역이 「황폐화」될지 모른다고 주장하는 반면 조합원들은 재산권을 양보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갈등이 시작된 것은 이곳의 경원연립 80가구 주민들이 재건축추진위를 결성,90년초부터 2개동 2백27가구분의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면서부터.
78년 지어진 경원연립 주민들은 92년 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마치고 93년말 구청으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아 현재 연립건물의 해체를 앞두고 있다.
시공업체인 금호건설은 97년 2월 입주 목표로 분양공고를 냈으며 이달초 부지 주변에 울타리를 치고 본격 공사를 시작하려하자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인근 고시원측이 몸싸움까지 벌이며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고시원측은 『절대적으로 조용해야 할 고시촌 한가운데에 아파트 건축이 3년 가까이 진행된다면 고시생들이 다 떠나버릴 것은 뻔한 일』이라며 15년밖에 안된 연립을 헐기로 한 과정에 의혹이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또 『성수기인 요즘 예년같으면 다 들어찼을 방이 반이상 남아도는 등 벌써부터 공사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고층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일조권 침해는 물론 뒷산의 전망을 막아 고시촌의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진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고시원측은 ▲공사기간중 방호방음벽 설치 ▲낮시간동안 고시생들의 독서실 이용경비 지급 ▲20층을 10∼15층으로 낮춰 공기를 단축할 것 등을 요구하며 주민 2천3백여명의 서명을 받아 청원서를 각계에 내는 등 읍소작전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조합측은 『경원연립 주민 대부분이 고시원 주인들보다 먼저 이곳에 살기 시작한 사람들이므로 고시원측이 도리어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합측은 『인근지역이 고시촌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무소음·무진동 공법 준수,독서실 이용비 지급 등 일부 보상책을 고려하고 있으나 고시원측이 주장하는 피해범위가 너무 넓다』고 말했다.<이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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