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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공적채널...사적채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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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통치자의 귀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나라 모양이 달라질 수있다는 것은 東西古今을 관통하는 진리다.그리고 그 귀를 쟁탈하려는 경쟁은 局外者들이 보기에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볼썽사납기도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死生결단의 중대사가 돼 오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지도자는 자신이 늘 모든 참모의 보좌와 충고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그러나 그것은 말을하자면 그렇다는 것일 뿐 실제로는 철저한 실천이 어려워진다.
美國의 경우 대통령의 最側近 인물은 뭐니뭐니해도 국무장관과 백악관 비서실장이다.둘의 기능과 영향력은 막상막하다.차이가 있다면 한 사람은 대통령 옆방에 버티고 있는데 다른 한 사람은 자동차로 5분여 거리에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그러 나 두사람이대통령의 귀를 先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엔 그 5분은 5光年보다 더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게 이제까지의 경험들이다. 몇달전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접근 문제를 둘러싸고한 비중있는 장관과 해당부문 수석비서관이 언성을 높인 일이 있었다.대통령을 만나고 나오는 장관에게 비서관은 자신도 모르는 채 이루어진 방문에 異議를 표시했고,장관은 국무위원 이 비서관의 허가를 받아야만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반발했다는 것이다.
대통령과의 近接거리 뿐 아니라 접촉 빈도에 있어서 국무위원은청와대 참모보다 불리한 여건인게 사실이다.그리고 이러한 상황은특별한 계기가 없는한 큰 변화가 예상되지 않는다.오히려 청와대비서진의 기능.역할 강화 추세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美國을 비롯한 대통령중심제 국가의 공통현상이다.
개인의 능력이나 部處의 역할에 따라 강력한 실력을 행사하는 국무위원은 있을 수 있으나 조직.집단으로서의 내각의 파워는 청와대 비서실에 비하면 약화되고 있는 느낌이다.더구나 金대통령의오랜 야당 정치투쟁과 치열했던 두차례 선거 과정 의 同志.참모들이 포진한 現 청와대 비서진은 일종의 슈퍼내각같은 인상마저 풍기고 있다.내각의 位相이 어쩔 수 없이 비정상적으로 위축돼 보인다.게다가 친교활동이 원체 폭넓은 金대통령의 귀는 국무위원.청와대비서진 외에도 다양한 분야와 계층에 열려있는 것으로 참모들은 전하고 있다.한밤중에라도 자신이 몸소 전화를 걸기도 하고,직접 만나기도 하면서 民情을 파악하는 상대들이 많다는 것이다.말하자면「私的 참모」의 활용도 활발하다는 얘기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화투놀이 고스톱과 대통령 주변에 대한 觀察은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표적인 취미활동(?)이 돼버렸다는얘기를 종종 듣는다.대통령의 전화를 받는 사람들,정도의 차이는있겠지만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누구누구들인지가이런 국민들에게 지대한 관심대상이 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권력의 주변에는 가려진 인물이나 幕後 실력자들이 항상 있게 마련이다.公的 참모들이 대개 신속한 판단력,단호한 결단력,강력한 의지력등 優性因子的 인간형인데 비해 가려진 참모들은 무대앞에 나서기를 꺼리고,영광보다 영향력을 선호한다.
국회의 신임을 필요로 하는 국무위원들은 여의도에 나가 국정을보고하고 때로는 견제를 당한다.청와대 참모들은 국회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그러나 막후인사들은 世人에 노출조차 되지 않는데 문제의 소지가 있다.
최근 5共인사들이 金泳三정부에 의해 顯職에는 아니지만 조용히기용돼 눈길을 끌고 있다.총리자문기구인 국제화추진위원회 위원장金瓊元,교통개발연구원 이사장 司空壹,포항제철회장 金滿堤씨는 각각 全斗煥대통령시절 청와대비서실장.재무장관.부 총리를 지낸 사람들이다.
대통령은 人事 이전부터 해당부문에 관해 이들의 비공식 자문을구하는등 관계를 맺어왔다는 것이다.소위 측근 인물이나 막후 조정자들은 아니더라도 일종의 가려진 인물들의 일부였다고 할 수 있겠다.이들 외에도 여러 유형의 가려진 인물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개혁과 과거 정리를 내세워온 金泳三정부지만 지식.경륜등에 대한 기능적 고려에서라 할지라도 이들에 대한 前面배치 인사는 陽性的 조치다.
***숨기지말고 드러내야 公的이건,私的이건 대통령을 보좌하는측근은 통치자가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정보 습득을 돕고 정책을 이행하는데 조력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이미지와스타일을 형성한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면 통치자의 참모는 가급적 公的 질서 속에서 陽性的으로 관리되어야 함이 마땅하다.가려진 인물,幕後인사는 훌륭한 인재일 경우 무대前面에 공개함으로써 정부의 透明性과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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