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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시청률 부러웠나…지상파도 '미드'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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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드 인기가 갈수록 치솟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AGB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케이블TV 채널 OCN이 방영한 ‘CSI 뉴욕(범죄 수사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은 2.07%, 채널CGV의 ‘튜더스(튜더 왕가를 다룬 사극)’는 1.85%를 기록했다.

케이블TV 채널의 지난달 평균 시청률이 0.16%임을 감안하면 미드 열풍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CJ미디어 편성팀의 신하나씨는 “미드는 안정적 시청률을 보장할 뿐 아니라 채널의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KBS·MBC·SBS 등 지상파TV 3사도 미드 특수를 즐기고 있다. 이들 3사는 주말 프로그램으로 ^KBS2TV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각각 ‘로스트’와 ‘그레이 아나토미’를^MBC가 일요일에 ‘CSI’를^SBS는 토요일에 ‘프리즌 브레이크’를 방영 중이다. 이들 드라마 중 ‘로스트’를 제외한 나머지는 오후 11시에서 다음날 새벽 1시 사이에 방영하지만 지난달 최고 시청률이 5.2~8.3%까지 나왔다. 1~2% 수준이던 심야시간대 시청률이 4배가량 뛴 것이다.

 이처럼 미드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방송업계도 경쟁적으로 미드 편성을 늘리고 있다. 이로 인해 해외 드라마 수입이 크게 늘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방송 영상물 수입액 중 드라마가 차지한 비중은 55.3%로 지난해(연간 24.1%)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

반면, 지난해 점유율 1위(56.7%)를 기록했던 영화의 비중은 올 상반기 13.2%로 뚝 떨어졌다. KBI 윤재식 책임연구원은 “전체 해외 드라마 수입 물량 중 70% 이상이 미드인 것으로 추산된다”며 “케이블TV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미드 열풍을 좇기 위해 드라마 수입을 크게 늘린 탓”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자 인기를 끌 만한 미드를 선점하려는 방송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CJ미디어 손승애 구매팀장은 “PP 사이에 경쟁이 붙으면 가격이 30~50% 정도 높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즌 형태로 제작되는 미드의 특성상 첫 시리즈 수입가격이 편당 100만원이었다면 두 번째는 200만원, 세 번째는 300만원으로 치솟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 드라마 PP의 편성팀장은 “인기 미드의 편당 가격은 최고 900만원을 호가한다”고 말했다. KBI에 따르면 실제 올 상반기 드라마 편당 수입액은 4126달러로 지난해(2293달러)의 두 배가량으로 올랐다.

 미드 열풍과 관련 “도가 지나치다”는 경계의 목소리와 함께 국내 방송업계의 경쟁력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이종님 연구교수는 “영세한 우리 드라마 제작 현실을 하루 빨리 개선하지 않으면 미드로 인해 한껏 높아진 시청자 눈높이를 맞추는 게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콘텐트 종속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김성욱 콘텐트정책팀장은 “영상물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지상파TV 드라마의 질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미드 열풍을 잠재울 수 없다”며 “외국처럼 우리도 PP들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질 높은 드라마를 생산할 수 있도록 유료 채널 수를 늘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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