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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호법부 "시주·국고보조금 등 수십억 횡령 의혹" 백담사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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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본지에 제보된 백담사 관리계좌의 입출금 내역. 백담사 인근 사찰인 신흥사·낙산사·봉정암·오세암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17억여원의 돈이 입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계종 감찰 기관인 호법부가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24일 "백담사 주지가 수십억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호법부 소속 승려를 보내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고 말했다. 이날 호법부는 새벽부터 3시간 동안 주지실과 종무소를 수색했으며 통장과 관람료 징수일지 등 모두 48건의 서류를 압수했다.

호법부가 전격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투서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백담사 주지 일문스님이 백담사와 같은 제3교구 소속 봉정암과 오세암, 낙산사의 시주금을 백담사 관리계좌로 입금 받아 이 중 일부를 빼돌렸다는 내용이었다. 투서에 따르면 횡령 의혹이 제기된 자금 규모는 50억원이 넘었다. 시주금과 함께 정부.지자체의 보조금, 문화재 관람료 일부가 포함됐다.

익명으로 된 이 같은 내용의 투서는 본지에도 전달됐다. 제보에는 백담사 명의 통장의 입출금 거래내역 조회표와 저축예금 조회 내용이 동봉됐다.이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신흥사와 낙산사.봉정암.오세암으로부터 수십 차례에 걸쳐 17억원이 입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의 제보자는 "수십억원의 국고 보조를 받고 있는 백담사에서 출처와 사용처가 불분명한 돈이 입출금되고 있어 국고 횡령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제보한 자료는 일부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불교계 인사들은 신흥사의 말사들이 시주금의 일부를 백담사에 송금한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백담사엔 신흥사 주지이자 백담사의 회주(會主.법회를 주관하는 사람으로 사찰의 최고 실력자)인 조오현(법명 무산) 스님이 기거하고 있다. 무산 스님이 사찰의 실질적인 주인이어서 말사에서 그의 몫을 송금한 것이라는 얘기다. 무산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총무원 측이 투서를 근거로 강원지역 최대 사찰인 신흥사와 백담사를 장악한 무산스님 측을 견제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총무원 관계자는 "조계종 규정상 호법부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해당 사건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담사 주지 일문 스님은 현재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측근 인사를 통해 조만간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직접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백성호 기자

◆호법부=조계종의 검찰 역할을 하는 조직. 불법을 수호하고 소속 사찰의 비위를 조사.감찰하는 역할을 한다. 총무원 소속으로 산하에 호법국과 조사국이 있다. 현재 심우 스님이 호법부장을 맡고 있다. 호법부 조사 결과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법원 역할을 하는 호계원에서 재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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