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자살 폭탄견·도청 고양이·돌고래 감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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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을 전쟁에 이용한 사례는 매우 오래 전부터였습니다. 비둘기로 통신을 하는 전서구에서부터 적을 탐지하기 위한 군견까지 참 다양했죠. 특히 전쟁 중이나 냉전 시대에 이런 시도가 많았습니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동물이 대신했던 것이죠.

대표적인 사례가 소련의 '자살 폭탄견'입니다. 전차보다 값싼 개를 이용해 전차 밑으로 파고 들어가 자폭하도록 한다는 것인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방법은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통한 반복과 자극이었습니다.

즉 전차와 유사한 트랙터를 작동시켜 두고 그 아래에 먹이를 두는 겁니다. 엔진이 작동되면 개가 트랙터 아래로 들어가 먹이를 먹도록 훈련시키는 거죠. 전차는 바닥이 약하기 때문에 성공하면 개 한 마리로 전차 한 대를 날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초반 몇 번은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죠. 이런 일을 몇 번 겪은 독일군이 전차 앞에 개만 나타나면 모두 죽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개가 소련군 전차와 독일군 전차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런 시도는 포기되지 않았고 이후에도 개량을 거듭해 북한서도 이런 방법을 실전에 적용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박쥐 폭탄'도 있었습니다. 박쥐는 낮에 풀어 놓으면 동굴이나 어두운 구석 등을 향해 이동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2차대전 당시 미군은 이를 전쟁에 이용할 생각을 했죠. 개요는 이렇습니다. 우선 박쥐에 소형 소이탄을 장착합니다.

그리고 냉장형 폭탄에 박쥐들을 저장한 다음 적의 도시에 투하합니다 . 주 대상은 일본이었고 일본은 목조 가옥이 많았기 때문에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죠. 일정 고도에서 폭탄의 외피가 분리되면 그 안에서 박쥐들이 나오고 박쥐들은 본능적으로 지붕의 처마 밑이나 집의 어두운 구석으로 이동합니다.

이때 장착한 소이탄이 폭발하면서 가옥에 화재가 나는 거죠. 그런데 이것도 연구 도중 취소됩니다. 왜냐하면 실험 도중 탈출한 박쥐가 미군 막사를 태웠고, 연구자들은 좀 더 안정성 높은 방법을 강구하던 중 보다 효율적인 원자폭탄이 개발되었기 때문입니다.


냉전시대에는 별별 희안한 방법이 동원된 적도 있었습니다. 미국의 CIA는 동물을 이용해 적의 정보를 얻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옆에 있어도 별로 이상하지 않는 동물. 바로 고양이였죠.

고양이 몸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고 소련의 정보부에서 중요 대화 내용을 도청한다는 계획이었죠. 그런데 막상 연습을 해보니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고양이가 해당 지역으로 가지를 않았다는 거죠. 고양이는 사람 말을 잘 듣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죠. 결국 다시 훈련을 시켜 고양이를 원하는 지역으로 이동하게 했습니다만 다시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누군가가 귀엽다고 먹이를 주면 먹이 쪽으로 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문제를 해결하고 실전 투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또 생겼습니다. 고양이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결국 죽은 고양이를 급히 회수해야 했고 이 작전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동물을 전쟁에 이용하려는 시도는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최근 미국은 돌고래를 이용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통신 및 감청 장비를 착용한 돌고래를 해당 지역으로 이동시켜 적의 동태를 파악하려는 시도였는데 사실 돌고래에 폭탄을 장착해 적의 전함을 파괴한다는 목적이 더 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작전 역시 흐지부지 끝났습니다.

이외에도 이라크전 당시 미군은 이라크군의 화학전을 미리 감지하기 위해 닭을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닭은 민감한 동물이라 약간의 자극만으로 시름시름 앓거나 죽기 때문에 화학전을 대비했던 것이죠.

그래서 미국 본토에서 이라크로 다수의 닭이 공수되었습니다만 이라크는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공수된 닭들이 이라크의 더위에 적응 못하고 죽어 버리는 바람에 정작 원래 목적대로 쓰지 못했다고 합니다.

파파울프 [idealist.egloos.com/]

*이 글은 블로그 플러스(blogplus.joins.com)에 올라온 블로그 글을 제작자 동의 하에 기사화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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