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서울서 ‘지구촌 연극 성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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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8일부터 국립극장에서 제1회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이 열린다. 사진은 셰익스피어 글로브극장의 ‘사랑의 헛수고’. [국립극장 제공]

정통과의 만남. 빠르게 변하는 세상, 예술도 언제나 현대화와 대중화를 부르짖곤 한다. 그러나 본질은 쉽게 변할 수 없는 법. 때론 시대에 뒤쳐질지 모르지만 원형을 제대로 다루는 데서 오는 묵직함은 감각적 대응과 해석으론 도저히 채울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다음달 8일부터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제1회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은 반갑고 의미있다. ‘국립’이란 말에서 느껴지듯, 이번에 올라가는 작품들은 각 나라 공연예술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급 레터토리라 할 만 하다. 50여일간 9개국 14개 단체가 참가한다. 특히 그리스와 영국의 공연물들은 오래된 역사를 꿈틀거리는 무대로 끌어올려 ‘살아 있는 교과서’라 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놓치기 아까운 공연들이다.

#그리스 국립극장 ‘엘렉트라’(9월21일,22일)

프로이드로 인해 널리 알려진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여자 아이들이 갖는 심리, 즉 아버지에 대한 집념과 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설명하는 데 쓰여진다. 이 용어는 고대 그리스 아가멤논 왕의 딸 엘렉트라에서 유래한다. 고대 그리스 3대 비극작가 중 한 명인 소포클레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 이야기를 ‘복수’라는 사건보단 한 여인의 가혹한 운명과 그에 맞서는 강인함이란 ‘심리묘사’에 초점을 둔다. 그래서 지금껏 끝없이 회자되고 재연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엘렉트라’의 연출은 독일의 거장 피터 슈타인(70)이 맡아 더욱 눈길을 끈다. 독일의 베를린 샤우뷔네 극단을 현재의 위치로 끌어올린 슈타인은 자신의 주관성보단 철저한 현장 조사에 따른 ‘본질로의 회귀’에 충실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고대의 원작과 현대의 연출 모두 기본을 중시하는 면에서 연극의 우직함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셰익스피어 글로브극장 ‘사랑의 헛수고’(10월25일, 26일)

셰익스피어만큼 위대한 작가가 있을까. 또한 셰익스피어만큼 무한히 새롭게 해석되는 이가 있을까. 그러나 글로브극장은 모든 걸 셰익스피어 시대로 환원시킨다. 역사책을 샅샅이 뒤지고 박물관을 꼼꼼히 짚어가며 고증으로 승부를 건다. 현재 작가의 새로운 개입은 금물이다. 그게 바로 재미요 신기한 경험이다.

이 작품은 르네상스 후기가 배경이다. 비극과 더 익숙한 셰익스피어가 아닌 요절복통 스토리다. 연인은 뒤바뀌고 편지는 엉뚱한 데로 흘러간다. 그 와중에 언어의 재치와 해학이, 그리고 귀족사회에 대한 풍자가 도사리고 있다. 제대로된 영국식 영어를 음미하고, 우아한 16세기 의상을 보다 보면 눈과 귀가 즐거운 연극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02-2280-4115.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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