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1500m 아쉬운 3위 "올림픽 때는 꼭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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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자유형 1500m에서 3위로 골인한 박태환이 아쉬워하고 있다. [지바 로이터=연합뉴스]

400m 금메달에 이은 1500m 동메달.

'마린보이' 박태환(18.경기고)이 23일 일본 지바 국제종합수영장에서 열린 지바 국제수영대회(프레올림픽) 자유형 1500m에서 14분58초43으로 그랜트 해켓(14분48초70.호주), 마테우츠 사브리모비츠(14분50초72.폴란드)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 때 자신이 세운 아시아기록(14분55초03)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예선 탈락한 4월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15분3초62)보다 좋은 결과였다.

3레인에서 출발한 박태환은 4레인의 멜버른 대회 우승자 사브리모비츠와 1200m 지점까지 대등한 레이스를 펼쳤다. 6레인의 해켓은 긴 팔을 이용해 스트로크 수를 줄이고, 턴 동작 후 긴 잠영으로 체력을 비축했다. 세 선수의 긴장감 넘치는 레이스가 이어졌다. 1200m까지 박태환은 자신의 최고기록에 5초가량 앞섰다. 하지만 세계기록 보유자 해켓은 역시 '장거리 황제'다웠다. 해켓이 치고 나가면서 박태환이 처지기 시작했고 1200m 이후 50m 구간마다 해켓에게 1초씩 뒤처졌다.

이날 경기를 통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1500m 내내 대등한 레이스를 펼칠 지구력은 아직 미완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켓은 멜버른 대회(14분59초59) 때보다 10초 이상 기록을 당기며 어깨 부상 그늘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사브리모비츠 역시 멜버른 대회 우승 기록(14분45초94)에 근접해 세계챔피언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이 대회에 불참한 유리 프릴루코프(러시아)와 라슨 젠슨(미국) 등도 박태환이 극복해야 할 강자들이다.

지구력과 턴 동작 보완은 박태환에게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베이징 올림픽까지 남은 기간은 1년. 꾸준한 훈련이 전제된다면 박태환의 성장 속도로는 충분한 승산이 있다. 수영 장거리는 매일 1만m 이상을 헤엄쳐야 하는 고달픈 종목이다. 스타로 떠오른 박태환이 주위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훈련에 매진할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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