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박쥐…황금박쥐…' 왜 그렇게 중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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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이후 3년여만에 또다시 황금박쥐가 발견됐다. 23일 오후 5시경 강원도 동해시 천곡동굴에서다. 황금박쥐는 몸에 난 털과 날개·귓바퀴의 골격 부분 등이 오렌지색인 붉은 박쥐의 애칭. 전세계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이 박쥐는 현재 우리나라에 200~300마리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황금박쥐의 발견이 가지는 중요성과 그 원인에 대해 '박쥐 박사'로 더 유명한 한국자연환경 연구소 최병진(39) 책임연구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다.

◇황금박쥐가 있는 곳엔 완벽한 동굴 생태계 존재

3년만에 다시 황금박쥐가 발견됐다.
-"동해시 천곡동굴은 가끔 한마리씩 발견되곤 했던 장소다. 이번 발견이 특별한 이유는 여름엔 박쥐가 동굴로 잘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산에서 지낸다. 요즘은 가정집 처마 밑에서도 발견되곤 하는데, 그만큼 박쥐가 생활할 만한 환경과 장소가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박쥐들이 지낼 곳이 없다."

황금박쥐는 어떤 환경에서 서식하나.
"황금박쥐는 다른 박쥐와 다르게 온도와 습도가 매우 높은 곳에서 산다. 박쥐의 발견이 중요한 또다른 이유는 박쥐가 살고 있다는 것이 완벽한 동굴 생태계의 유지를 뜻하기 때문이다. 동굴 생물들은 주로 박쥐의 사체와 배설물을 먹고 산다. 박쥐가 없으면 여러 생물들의 생존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황금박쥐가 희귀한 이유는 뭔가.

-"우선 아시아 지역에밖에 살지않는 다는 데 이유가 있다. 그리고 암, 수 성비가 1:46 정도라 번식도 쉽지 않다. 또한 박쥐는 곤충을 먹고 사는데 대기 오염때문에 곤충이 오염되고 그 곤충을 먹은 박쥐도 오래 살지 못한다. 한마디로 박쥐가 사라진다는 건 대기오염의 심각도를 말해주는 것이다. 환경지표 동물인 셈이다."

박쥐가 그렇게 중요한가.

-"그렇다. 우리나라에는 100여종의 육상 포유류가 있다. 그중에 박쥐가 24종이다. 그런데도 법적 보호종으로 지정된 것은 단 3종밖에 안된다. 토끼박쥐,작은관코박쥐 그리고 황금박쥐. 예전에는 제주도 등지에서 한번에 1만마리씩 발견되곤 했는데 이제는 100마리도 찾아보기 힘들다."

박쥐 보호를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나.

-"자연환경 보존법 등 정책들이 빠르게 생겨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좀더 광범위한 보호종 지정으로 박쥐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영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많이 종류의 박쥐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사람들이 서식지에 장난삼아 드나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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