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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쉼] Canadian Rocky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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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럼에도 ‘그 놈’은 멋있었다.

근속 휴가를 이용해 가족과 7박8일간 둘러봤다. 돈과 시간과 피로를 모두 바꾸고도 남음이 있었다. 대개 한국에서 캐나디안 로키라면 밴프 국립공원만 생각한다. 대한항공이 6월부터 9월 2일까지 한시적으로 캘거리 직항을 운항하면서 그 개념이 바뀌었다. 최소한 밴프와 잇닿아 있는 재스퍼 국립공원까지 다녀올 수 있게 됐다. 기자는 렌트한 미니밴을 몰고 밴프와 재스퍼, 요호 국립공원과 쿠트니 국립공원까지 2600㎞를 달렸다.

명불허전(名不虛傳)

캐나디안 로키의 대표선수 레이크 루이스. 캘거리에서 서북쪽으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밴프 국립공원에 가는 사람은 거의가 루이스 호수를 찾는다. 그만큼 유명하다. 17년 전 출장길에 잠깐 들렀을 때는 그저 그런가 보다 했는데 다시 보니 그게 아니다. 어머, 어쩜, 우와… 모두들 감탄사 연발이다. 그때는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화이트(눈)와 그린(숲)과 에메랄드(호수)의 절묘한 조화는 앞에 선 사람들의 넋을 앗아간다.

청출어람(靑出於藍)

캐나디안 로키를 단순하게 표현하면 눈, 산, 호수다. 레이크 루이스 인근의 모레인 호수. 여행 가이드북에도 살짝만 소개돼 있다. 레이크 루이스 뺨치는 숨겨진 비경(秘景)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앞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가슴이 턱 막힐 만큼 장엄하다. 오리발처럼 생긴 페이토 호수, 자갈밭에서 발을 담글 수 있는 보우 호수, 탁한 에메랄드 색의 루이스 호수와 달리 진한 색이 인상적인 에메랄드 호수(요호), 주황색 피라미드 산과 잘 어우러진 피라미드 호수(재스퍼), 스피릿 아일랜드와 보트 관광으로 유명한 말린 호수, 말린 호수 가는 길에 있는 메디신 호수…. 호수, 호수, 호수. 여기는 호수의 천국이다.

길의 미학(美學)

캐나디안 로키의 참맛은 ‘길의 미학’에 있다. 여기서 길은 유명 관광지를 찾아가는 단순한 과정 이상이다. 길만으로 이야기가 된다 . 밴프에서 재스퍼로 넘어가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260㎞가 그렇다. 옆으로 만년설을 머리에 인 해발 2000m 이상의 고봉들이 줄지어 달린다. ‘로키 마운틴’이라는 아이스크림에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알겠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반대로 재스퍼에서 밴프 쪽으로도 달려봤다. 재스퍼로 갈 때 보지 못했던 풍경이 펼쳐진다. 오며 봤던 산들과 아주 다른 모양이다. 우리가 이 길을 왔었나? 시차 때문에 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다 왔어요” 라는 소리에 깬다면 로키 관광은 ‘꽝’이다.

동물의 왕국

사람보다 곰이 더 많다는 캐나다. 길을 가다 보면 길 위를 어슬렁거리는 갖가지 야생동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곰을 보더라도 멈추지 말고 그냥 가라’는 안내판이 있었지만 결국 두 차례 멈추고 말았다. 사람들이 자꾸 구경하면 곰들이 야성(野性)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얘’들은 이미 야성을 잃었다.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당당하고 멋진 뿔을 자랑하는 ‘빅 혼(Bighorn)’ 가족, 로키 산양 가족, 순록, 사슴들이 유유히 거닌다.

온천과 폭포

캐나디안 로키에는 온천이 세 군데 있다. 밴프의 설파 온천, 재스퍼의 미에트 온천, 그리고 쿠트니의 라듐 온천. 삼각형으로 포진돼 있어 여행 중 피로를 중간중간 풀 수 있다. 귀국하기 직전 라듐 온천을 찾았다. 일부러 오후 8시 넘어서 갔다. 야외 수영장 형태이기 때문에 어스름한 황혼 때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어서였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재스퍼 국립공원에 있는 애서베스카 폭포와 선왑터 폭포. 이름이 알려진 폭포들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다. 바로 옆에서 보고 있자니 물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다. 특히 애서베스카 폭포는 바위를 가르며 떨어지는 웅장한 물길, 물보라, 그 위로 비치는 무지개가 제대로 어울려 나이애가라 폭포의 축소판 같다.

이래서 로키 산맥

재스퍼 인근의 위슬러 산. 산 자체는 별 볼 일 없지만 정상에서 내다보는 전망은 거침없다. 해발 2300m까지는 트램웨이(케이블 카)로 올라간다. 땀 송글송글 흘리며 40분 정도 걸어오르는 재미도 보통이 아니다. 병풍처럼 둘러친 해발 3000m급 봉우리들의 파노라마는 넓고 멀어 시야에 다 넣을 수 없다. 눈이 사선으로 층층이 쌓여있는 에디스 카벨 산(해발 3363m)이 인상적이다. 아, 이래서 산맥이구나. 가슴이 뻥 뚫린다.

<밴프· 재스퍼>글·사진=손장환 기자



Tip

■ 교통=대한항공이 9월 2일(일)까지 매주 세 차례(화·목·일) 캘거리 직항을 운영한다. 캐나디안 로키를 제대로 보려면 최소한 8박9일 일정을 추천한다. 9월 2일 이후에 가려면 밴쿠버에서 차를 타고 밴프까지 가거나 밴쿠버에서 다시 캘거리행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한다. 밴쿠버에서 밴프까지는 차로 10∼13시간 정도 걸린다.

■ 렌터카=캐나디안 로키의 진수를 맛보려면 단체 관광보다는 렌터카를 추천한다. 국내에서 미리 예약을 하면 좋고 밴쿠버나 캘거리 공항에서 빌려도 된다. 국내 면허증과 국제 면허증은 반드시 지참. 8월까지는 성수기이므로 렌터카 비용이나 숙소 비용이 비싸지만 9월 이후에는 싸진다.

■ 숙소=안전한 여행을 원하면 미리 예약을 하고, 자유로운 여행을 원하면 그냥 부닥쳐라. 밴프와 제스퍼에는 모텔이 많다. 적당한 곳에서 ‘비어 있음(vacancy)’이라고 쓰여진 곳에 들어가면 된다. 여름에는 오후 10시까지도 환하다.

■ 아는 만큼 보인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많은 정보를 알고 가는 게 좋다. 『캐나다 100배 즐기기』는 좋은 가이드다. 상세하게 안내돼 있다. 렌터카로 간다면 중간 중간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를 반드시 들러라. 지역별로 자세한 지도도 얻고, 숙박·음식점 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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