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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산업①(우리 환경을 살리자:17)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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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규제를 도약의 기회로 활용/사용한 물 방류않고 정화후 재사용/한솔제지/염색폐수서 원료추출 「역공장」 추진/동서화학/PVC 폐기물로 염산·연료 생산/한양화학
한국산업은 선진국 문턱에 와있다. 그러나 환경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대기는 30∼40%,수질은 60∼80%,폐기물 소각은 20∼30%에 불과하며 그것이 도약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환경이라는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는 수출은 물론 내수에서도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는 환경산업시대. 우리의 환경기술이 어디에 와있는지 점검해본다.<편집자 주>
책·노트·신문에서 각종 포장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쓰이는 종이는 대표적 환경파괴 상품이다. 종이 1t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30년생 나무 17그루를 잘라내야 하고,30t이 넘는 물을 소비해야 한다.
물론 이 엄청난 양의 물은 모두 폐수가 된다. 92년 기준 우리나라의 종이생산량은 5백50만3천8백11t. 줄잡아 1억6천5백만t의 폐수를 하천에 쏟아붓는 셈이다.
한사람으로 치면 연간 종이 소비량이 1백20㎏ 가량이므로 30년생 나무 두그루를 없애고,3.6t의 폐수를 간접적으로 배출한 셈이다.
한솔제지 전주공장은 이같은 폐수를 줄이기위해 「멤브레인 시스팀」이라는 무방류 방식 폐수처리 시설을 채택하고 있다.
이 시스팀은 폐수정화에 화공약품을 쓰지 않고 미세한 막을 통한 물리적 여과방식을 통해 이온상태 물질까지 처리하는 최첨단 방식.
폐수는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나무를 불리며 발생하기도 하지만 재생용지를 재활용하기 위한 공정에서 중금속이 섞인 다량의 잉크가 녹아나오기 때문에 수질오염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폐수의 8% 정도는 정화 과정에서 증발시키고 나머지는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1∼2PPM 상태로 정화해 다시 공업용수 저장탱크로 보내 순환시켜 재사용한다. 정화된 물은 수산용수 1급으로 수영을 할 수 있는 수질이다.
말하자면 제조공정에서 단 한방울의 폐수도 나오지 않는 완전 「무방류공정」인 것이다.
한솔측은 지난해 일반처리시설의 네배이상 자금을 들여 하루 처리용량 1만t의 설비를 갖췄으며 97년까지 연차적으로 8만t까지 확충,1백% 무폐수 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한솔 관계자는 『정화처리 용량이 늘어나면 고지 등 재생용지 사용을 늘려 나무의 사용량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재생용지의 활용도를 높이면 원목을 전량 수입하는 만큼 원자재 부담도 줄고,결과적으로 지구환경 보호에도 일조하게 된다는 얘기다.
대구지역은 섬유수출대국의 메카로 한국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지만 한편으론 여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염색폐수가 낙동강 물을 독수로 만들어 최근 오염파동을 빚기도 했다.
동서화학은 최근 염색폐수에서 섬유의 원료인 폴리에스테르를 추출해내는 방법을 개발,「역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물실크 원단을 만들고 난 폐수에서 또다시 섬유원료를 추출해 재활용하는 것.
폴리에스테르 원단을 가성소다 용액에 넣고 가열하면 표면 일부가 도드라져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촉감좋은 물실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는 수많은 난분해성 유기화합물이 녹아있는 폐수가 다량 배출된다. 바로 이 폐수에서 폴리에스테르 원료인 TPA 성분을 추출해내는 것으로 현재 대구 비산 염색공단에 2만여t 규모의 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공장 관계자는 『연간 1백10억원의 자원재창출 효과와 함께 폐수공해를 5분의 1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볼펜에서 쓰레기통·차량부품에 이르기까지 가장 폭넓게 이용되고 있는 PVC는 제조공정에서 유독가스와 폐수를 배출한다. 한양화학은 이같은 PVC 제조공정에 회수시스팀을 설치해 폐기물에서는 염산을,유독가스는 폐열로 이용하고 있다.
특정산업 폐기물인 PVC를 추출하고 난 찌꺼기를 열분해해 공업용 염산을 회수,연간 18억원의 수익까지 올리고 있으며 폐가스를 연료로 재활용해 오염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 물건을 만드는 과정은 어차피 환경파괴를 수반하게 마련. 그렇지만 이들 기업은 개발과 환경의 조화를 이루면서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를 「덤터기」가 아닌 「재도약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한솔제지 박천권대리는 『이제 환경비용은 더이상 추가비용이 아닌 기본적 투자비용』이라며 『앞선 환경기술을 적용하는 것만이 우리의 자연환경을 보호하고,갈수록 파고가 높아지는 그린라운드를 돌파해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이라고 말했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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