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했던 한국 축구 … 이근호가 뚫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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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左)에서 둘째)가 후반 33분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시작은 답답했지만 끝은 통쾌했다.

'박성화 호'가 베이징 올림픽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의 첫 단계를 무난히 통과했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1차전에서 이근호(대구)의 결승골로 우즈베키스탄에 2-1로 승리했다.

전반 한국의 경기 내용은 답답했다. 경기 전 박 감독은 "측면만 고집하지 않고 중앙 돌파로 찬스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전반 내내 한국은 단조로운 측면 돌파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처진 스트라이커 한동원이 중앙에 포진했지만 공을 거의 잡아보지 못했고 스루패스나 2대 1 패스로 수비를 무너뜨리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반 유효 슈팅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전반 추가시간에 한국은 어이없는 실점을 했다. 김진규의 파울로 우즈베키스탄이 페널티 박스 외곽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갈리우린 바기즈가 찬 볼이 골문으로 향하는 순간 김진규가 걷어낸다는 게 잘못 맞았고, 공은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자책골이었다.

한국은 후반 6분 한동원 대신 20세 청소년대표 출신 이상호(울산)를 투입하면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후반 15분 바기즈가 이근호에게 백태클을 해 퇴장당했다. 한국은 수적 우세를 안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지만 지독히도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 16분 오장은의 중거리슛은 옆그물을 때렸고, 17분 이상호의 헤딩슛도 골키퍼 품에 안겼다.

후반 27분, 기다리고 기다리던 골이 터졌다. 전반 실점했던 바로 그 자리에서 한국이 프리킥을 얻었다. 김승용이 날카롭게 휘어 찬 공을 이상호가 헤딩슛, 우즈베키스탄의 골문을 열었다. 후반 33분 역전골은 이근호의 발에서 터져 나왔다. 문전으로 올라온 공을 하태균(수원)이 머리로 떨어뜨려 줬다. 날쌔게 달려든 이근호가 가슴 트래핑 후 왼발 슛, 공은 골 그물 오른쪽에 꽂혔다. 최종예선 2차전은 9월 8일 바레인에서 열린다.

정영재 기자

▶한국 박성화 감독=어려운 상황에서 첫 게임을 맞았는데 고비를 잘 넘겨 다행이다. 후반 상대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를 살려 역전승할 수 있었다. 중앙 공격을 몇 번 연습했지만 갑자기 전술을 바꾸는 것은 모험일 수 있다. "평소 하던 대로 편안하게 하라"고 했는데 선수들이 경기를 잘 풀어가지 못했다. 앞으로 점점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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