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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물가(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아침 출근길에 방송의 날씨예보를 듣게 되면 이따금 캐스터가 『체감온도는 실제온도보다 3∼4도쯤 낮게(혹은 높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체감온도는 인체의 피부가 받는 열효율의 상태에 따라 좌우되는데,이것은 그날 그날의 기온뿐만 아니라 풍속·습도·일사 등 기상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결정된다.
요즘과 같은 물가폭등 시절에 흔히 말하는 체감물가라는 것도 실제의 전체적인 물가상승률보다 실생활과 관련된 개별 품목의 물가상승에서 더욱 죄어드는 압박감을 의미하며,그래서 「장바구니 물가」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그것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계층이 주부들이다. 똑같은 돈을 가지고 시장엘 나가보면 밥상에 올려놓을 반찬값이 며칠사이에 보통 20∼30%씩 터무니없이 올라 구입량을 줄이거나 구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빠지는 것이다. 이럴 경우 주부들에게 새해들어 평균 물가가 2% 올랐다느니,3% 올랐다느니 하는 소리들은 도무지 실감이 가지 않게 마련이다.
더구나 금년의 임금협상이 아직 진행중인 상황에서 수입은 그대로인데 생활비가 급상승하게 되면 갑자기 월급이 줄어드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월급이 오른다해도 그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 거의 분명하고 보면 벌써부터 주부들의 한숨소리가 귀에 들리는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 당국자들은 전체 봉급자들의 급여가 인상될 때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부들이 인상된 월급봉투를 손에 들고 이른바 「화폐착각」에 빠지게 되면 물가폭등에 대한 비난을 어느 정도는 희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봉급상승률이 물가인상률을 따라잡지 못해 실질임금은 오히려 저하된 셈인데도 주부들이 「화폐착각」에 빠져 기분대로 살림을 꾸려나가다 보면 당연히 인플레현상이 초래된다는 점을 인식하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올들어 두달 사이에 소비자물가는 2.4% 올랐다지만 채소·과일·어패류 등 신선식품은 벌써 10%를 넘어섰고,작년에 비하면 무려 29.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러다가는 가장과 자녀들의 등쌀에 못이겨 주부직을 사퇴하려는 풍조까지 등장하지 않을는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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