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신청 범위싸고 막판절충/타결앞둔 정개법 숨가쁜 협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여야 대표들 재량권 적어 번복 거듭/합의내용 동료반발로 무산위기도
여야가 통합선거법 등 3개 정치관계법에 대한 이견을 거의 해소해 사실상 합의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선거사범에 대한 재정신청 문제도 상호 양해해 거의 접근에 이르렀다. 돌출적인 상황이 없다면 임시국회가 끝나는 4일 본회의 통과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합의를 이끌어내는데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여야 협상대표들의 합의내용이 동료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는가 하면 막후 절충에서 번복에 번복이 되풀이되는 등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해왔다.
○본회의 통과 확실
○…이번 정치관계법 협상과정에서 최대의 걸림돌은 야당측이 요구해온 통합선거법의 재정신청제 도입 문제였다.
당초 민자당은 이 제도의 도입을 완강히 반대했다. 법무부와 검찰 등 정부쪽의 강한 반대도 고려됐음은 물론이다.
이 제도 도입이 고소·고발사태의 남발을 초래,선거사범의 신속한 처리에 장애요소가 될뿐 아니라 제도 자체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있다는 점이었다.
또 현재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해 재정신청을 인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법원에서 받아들인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것도 이유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과거 선거사범 고소·고발사건 수사가 여당에 대해 관대한 반면 야당에는 엄격했다는 피해의식이 작용한 탓이다. 많은 야당 의원들이 이 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터라 협상 대표들로서는 한계에 부닥쳤다.
결국 3·1절을 전후해 막후 접촉이 시작됐다. 민자당의 이한동총무와 민주당 김태식총무가 잇따라 머리를 맞댔다. 그러면서 민자 이 총무는 민주당의 몇몇 최고위원들과도 접촉을 가졌다. 이 총무는 선관위가 제시한 선에서 제한적인 재정신청제도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고 이번에 정치관계법이 처리되지 못하면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도 여론의 호된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마침내 민주당측이 태도를 누구러뜨려 재정신청 대상 범죄를 선거사범중 금전관계·투개표 부정행위 등으로 제한하자는 수정안을 제시한 것이다.
○여야 모두 큰 부담
○…협상대표들은 역대 어느 정치협상 못지 않은 부담을 안았다.
역대 정치협상과 달리 실무진으로 구성돼 간섭하는 사람도 많았다. 양당 모두 협상 중간중간에 보고와 당내 조율을 먼저 해야 했다.
박희태의원(민자)은 『이렇게 지루하고,힘들고,어려운 협상은 처음이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민자당측은 협상상대인 민주당은 물론 청와대와 민자당내 입장까지 조정해야 하는 「안팎 곱사등이」였다.
김영삼대통령은 회기내 법안 처리를 지시했지만 그 시한이 야당과의 협상에 더 부담으로 작용했다.
재정신청제도가 형사소송법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민주당측은 『그러면 형사소송법부터 고치고,선거법은 유보하자』고 버텨 민자당 협상대표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상당수 민자당 의원들은 『조직도,돈도 묶고 어떻게 선거하라는 거냐』고 협상대표들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대부분의 민자당 의원들은 『민자당측이 야당요구를 다 들어준다』며 협상진행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 때문에 민자당 협상대표들은 『잘해도 못해도 비난만 받을 일을 맡았다』며 불평했다.
○이 대표 합의의지
민주당 협상대표 역시 협상 재량권은 적었다. 2일 오전 당무회의까지도 원칙고수라는 강경한 입장만 개진돼 협상대표들의 부담만 늘렸다.
이 바람에 이번 회기중에는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상당한 양보를 얻어냈다는 평가속에 이기택대표가 겉으로는 강경하나 속으로는 타결쪽으로 밀고 있다. 회기중 처리되지 않을 경우 민주당도 부담을 안아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결국 재정신청의 요건문제도 타결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지배적 관측이다.<신성호·김진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