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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교수 못 뽑은 서울대 공대 김도연 학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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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대 공대 신임 교수 공채를 하지 못한 초유의 사태에 대해 김도연(사진) 공대학장은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무차별 평등주의가 인재를 몰아내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 학장은 "이번 채용 실패는 교육 문제와 같은 사회적 모순, 시장화되지 못한 서울대의 폐쇄성 등을 복합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 학장과의 일문일답.

-지원자의 수준은 어땠나.

"모두 굿(Good)이었지만 엑설런트(Excellent)는 없었다. 세계적 석학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젊은 연구자들을 모시고 싶었다. 그러나 최고 인재는 다른 데(외국 대학이나 기업)로 간 것이다."

-왜 최고 인재들이 서울대에 지원하지 않나.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대학 전체의 문제다. 자녀 교육과 주택 구입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크다. 외국에서 공부하다 국내에 들어온 이들의 자녀는 대부분 유학을 택한다. 유능한 젊은 연구자들이 굳이 한국까지 들어와 '기러기 아빠'를 자청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최소 수억원대에 이르는 아파트 가격도 큰 부담이 된다."

-비평준화는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경쟁력은 폴(poll.여론조사)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략적인 정책과 그것을 밀어붙일 수 있는 국가 리더십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톱 엔지니어를 길러내는 '에콜 폴리테크닉'의 경우 전체 학생의 4%만 들어갈 수 있지만 전체 대학 예산의 40%가 쓰인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그렇다. 교육에 있어 한국은 후진국이다."

-서울대 자체의 문제도 있지 않나.

"그렇다.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를 데려와도 조교수 연봉에 해당하는 6000만원 이상은 줄 수 없다. 노벨상을 탄 석학이라도 나와 같은 호봉이라면 연봉이 같다. 한 푼도 더 줄 수 없다."

-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나.

"교수 사회의 반발이 심하다. 뿌리 깊은 한국 대학의 폐쇄성에는 '연공서열'을 지탱하는 무차별 평등주의가 깔려 있다. 능력에 관계없이 똑같은 대우를 받는 게 편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좋은 교수들이 떠나갈 수도 있지 않나.

"그렇다. 곧 이 문제가 현실화될 것이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유능한 교수들에게)인간적으로 사정하는 것뿐이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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