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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평화 폭력으론 안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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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결실을 앞둔 중동의 평화노력이 돌출사건으로 또 한차례 시련을 겪게 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자치이행협상 막바지에 한 이스라엘인의 총기난사로 예배중이던 팔레스타인인 50여명이 참살돼 협상진행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스라엘과 PLO가 지난해 9월 팔레스타인 자치에 극적으로 합의한 이래 국경통제문제,점령지역에서 살고 있는 유대인 정착민 문제 등 세부적인 이행절차에는 이견이 있었으나 순조롭게 진행돼 왔다. 따라서 2∼3주일 후면 협상이 완전히 타결될 것으로 예상해 이스라엘은 이미 점령지역에서 군장비의 철수를 시작할 만큼 고무적인 분위기였다.
그동안 이스라엘이나 PLO 내부에 자치협상에 불만을 품고 저항해 온 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점령지역내에서 팔레스타인 과격파들의 끊임없는 투쟁과 이스라엘의 무력대응으로 많은 희생자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민들은 오랜 분쟁이 끝나기를 희망해 평화협상 진행에 결정적인 장애가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종전의 산발적인 사건에 비해 너무 참혹해 대세에 밀려 수그러들었던 팔레스타인 과격세력들에게 보복폭력의 구실이 되고 있다. 이미 점령지역내에서의 총파업을 촉구하며 보복공격을 선동하고 있는데서도 그런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만약 그런 사태가 확산된다면 보복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고,양측의 협상 추진세력은 그만큼 입지가 좁아질 위험이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이번에 빚어진 비극을 영구적 평화로 바꾸려는 외교적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라빈 총리와 PLO의 아라파트 의장은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사태수습과 자치이행의 마지막 타결을 위해 즉각 회동하자는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초청에 동의함으로써 평화적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번 참사가 순조롭던 협상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도자를 포함한 대다수 평화 애호민들의 의지가 확고하면 그 영향은 그리 오래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비극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의 라빈 총리 입장에서 보면 강경 반대세력을 견제해 그만큼 운신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 측으로서도 이스라엘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는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이견을 보여온 자치지역의 팔레스타인 경찰력 증강문제라든가 국제 평화유지군의 주둔 요구 등이 훨씬 설득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폭력은 또다른 폭력을 부를 뿐이다. 그런 사태를 우리는 중동에서 뿐 아니라 유고의 오랜 민족 분쟁에서도 보고 있다.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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