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한국과 다시 대면 협상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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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인 인질 납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의 물라 압둘라 부사령관은 본지 알리 아부하산(가명) 통신원과의 20일 통화에서 "인질 중 일부가 모두 같이 있게 해 달라며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압둘라는 "이는 우리의 적들이 퍼뜨리고 있는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협상 시한을 새로 설정했다는 보도도 전혀 근거 없는 말이며, 새로운 협상 시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좀 더 나은 제안을 내놓으면 언제든 다시 대면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탈레반의 직접 협상은 16일 이후 재개되지 않았으나 휴대전화를 이용한 접촉은 20일에도 계속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탈레반은 1%의 타결 가능성이 있어도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이 수감자 23명의 동시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도 사실이 아니다"며 "기존에 제시했던 8명의 수감자 명단을 아직 바꾸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프간 정부나 한국 측이 수감자 명단을 바꾸거나 줄여 달라고 요구할 경우 그렇게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일본 아사히신문은 20일 아프간 가즈니주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이 16일 협상에서 인질 19명의 석방조건으로 최초 한국인 피랍자 수와 같은 23명의 탈레반 수감자의 석방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측이 이미 탈레반 포로 23명의 명단을 받아 아프간 정부에 넘겨줬다는 것이다.

신문은 "애초 3단계로 나눠 인질.수감자 맞교환을 추진했던 탈레반이 제1단계로 포로 8명 석방을 요구했으나 아프간 정부가 거부했다"며 "사건 발생 한 달을 넘기면서 다수의 인질을 관리하고 있는 탈레반 병사들이 피로를 호소하고 있어 인질과 포로를 한꺼번에 교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18일 카불에서 납치된 독일인 여성 크리스티나 마이어(31)는 이튿날 아프간 경찰의 작전으로 구출됐다고 아프간 당국과 독일 외무부가 발표했다.

아프간 내무부 제마리 바샤리 대변인은 "경찰 특공대가 이날 새벽 서부 카불에서 급습 작전을 벌여 마이어를 구하고 일단의 납치범들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구출작전은 마이어가 강제로 납치됐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탈레반 반군은 이번 납치 사건이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소영.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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