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부 '메이드 인 차이나' 안 쓰기 1년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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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납 성분이 검출된 장난감, 유해물질이 들어간 치약…. 홍수처럼 세계 시장에 쏟아지는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의 안전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 한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1년 동안 중국산을 쓰지 않고 사는 실험을 했다.

4세와 6세짜리 두 아들의 엄마이자 프리랜서 기자인 사라 본지오르니는 이 같은 체험을 담은 책 ''메이드 인 차이나' 없는 1년(A Year Without 'Made in China')'을 최근 출간했다.

시카고 트리뷴 인터넷판이 19일(현지시간) 보도한 저자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2005년 한 해 동안 이뤄진 이 실험은 처음부터 끝까지 난관의 연속이었다. 둘째 아이에게 새 운동화 한 켤레를 사주는 데 2주가 걸렸을 정도다. 중국산이 아닌 제품을 찾기가 그만큼 어려웠다는 소리다. 그렇게 산 이탈리아제 운동화는 값이 68달러(약 6만4000원)나 돼 14달러(약 1만3000원)짜리 중국산의 네 배가 넘었다. 그야말로 울며 겨자 먹기였다.

다음엔 쥐덫을 사려고 했으나 중국제가 아닌 것을 발견하지 못해 결국 구매를 포기했다. 대신 우유팩에 과자 부스러기를 넣은 유사품을 직접 만들어 썼다. 본지오르니는 무엇보다 "아이들의 장난감을 찾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값비싼 덴마크제 레고가 유일한 대안이었지만 아이들은 "이미 너무 많다"며 투정을 부렸다. 중국산 제품 없이는 독립기념일이나 핼러윈 등 축제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성조기부터 장식용 초, 폭죽까지 중국산이 아닌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 가족은 1년간의 실험 도중 딱 한 번 원칙을 어겼다. 바로 4세짜리 둘째를 위해 핼러윈에 사용할 중국산 호박 장식을 사고만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어려 그나마 가능했다"며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제품의 상당수가 중국제인 것을 고려하면 청소년 자녀가 있는 집에서는 이런 시도가 불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오르니는 이 실험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세계화의 현실이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흔히 생각하듯 중국산에 대한 반감 표출이나 미국 시장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실시한 실험은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310억 달러인 반면 수입은 1480억 달러에 이르러 전체 수입의 15.5%를 차지했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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