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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무르는 美가 테러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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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4년이면 됐다." "부시를 밀어내면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

인도 뭄바이에서 개최된 '2004 세계사회포럼'에 참석 중인 각국 대표들은 개최 3일째인 18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테러전쟁'정책을 강력히 성토했다.

1백30여개 국가에서 집결한 1천6백개 단체 소속 참가자 10만명은 폐막일인 21일까지 반(反)부시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다.

◇각국 대표들의 부시 성토=WSF는 개막일인 16일과 17일 다국적기업 및 불공정무역을 성토하는 등 경제문제를 다뤘다. 그러나 18일부터는 부시 성토에 집중했다. 램지 클라크 전 미 법무장관은 "부시야말로 새로운 극단주의자"라면서 "유엔이 아직 살아있다면 각국은 미국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홍근수 목사는 "부시가 재선되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고, 아르헨티나 사회운동가 베벌리 키네는 "부시와 군수기업들이 세계를 주무른다. 이것이 진짜 테러"라고 주장했다.

WSF는 또 ▶미 국민에게 부시 안 찍기를 권유하는 편지 보내기▶미 대선 직전인 11월 워싱턴에서 대규모 행진 등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 등 한국 참가단체들이 제안한 부시낙선운동 채택 여부를 폐막일인 21일까지 결정할 방침이다.

낙선운동을 적극 지지하는 단체들은 부시의 강력한 경쟁자인 민주당 하워드 딘 후보의 당선을 위한 서명과 모금운동, 민주당 전당대회 참관 등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액트업(Act Up) 등 미국 내 반부시 단체와도 연계해 활동할 계획이다.

서울대 백창재(서울대 정치학과.미국 정치)교수는 "1984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재선 당시 제3세계 국가의 일부 사회단체들이 우려를 표명한 적이 있지만 이처럼 해외에서 조직적으로 미 대통령의 낙선운동을 시도하기는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을 무시하고 이라크 전쟁을 밀어붙인 부시 대통령의 일방적 대외정책이 낙선운동의 표면적 원인이지만 비정부기구(NGO)들의 급성장과 범국가적 네트워크 구성도 중요 배경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WSF는 2001년 첫 회의에선 1백여 국가에서 5백여 단체 2만여명이 참가했으나 4년째인 이번 회의에선 단체 수가 3배, 인원수는 5배 넘게 늘어났다.

◇실효성은 의문=WSF가 부시낙선운동에 돌입할 경우 이에 거부감을 품은 미국인들이 오히려 부시에게 지지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 또 외국 단체들의 민주당에 대한 자금 기부, 전당대회 참관 등은 미 국내법에 저촉돼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때문에 WSF에 비판적인 좌파단체들은 부시낙선운동이 지구촌의 반부시 정서에 편승한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그러나 WSF의 낙선운동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대외노선을 반대하는 국제여론을 보여줌으로써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더라도 대외정책에 신중을 기하도록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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