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시대 문화 대중적재미 추구-이인화씨 상상 봄호서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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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대세와 타협하라.「올바른 삶」에 대해 잘 모르겠다면 차선으로 「좋은 삶」을 선택하여 살아남는 것이 진정 옳은 것이다.』소설『영원한 제국』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젊은 작가 이인화씨(28)가『상상』봄호에 실린 작가 장정일씨와의 특집대담「UR시대의 문화논리」에서 기성문화 전반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며이같은 신세대 문화론을 피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UR시대의 문화산업 논리에는 상업주의가 적극적으로 스며든다.
재미있는 한편의 작품이 재미없는 작품 1천편보다 모든 면에서 효과가 큰「베스트셀러제일주의」시대가 되는 것이다.이러한 상업문화시대는「무엇때문에 예술.문학을 해야하는가」하는 가치관을 흔들어놓게 되며,따라서 예술가들은 고결하게 죽을 것인가,아니면 상업주의와 타협해 살아남을 것인가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화개방시대에 대한 두 젊은 작가의 전망.
이러한 전망아래 李씨는 『대중적인 문화산업의 대세와 일정하게타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李씨는『서구문화의 수입오퍼상을차리고 그 지적 상품을 들여와 정리.광고하던 시대,그렇게 학자혹은 평론가.소설가로 행세하던 末流들의 시대 는 끝났다』며 기성문화 전반을 신랄하게 공격한다.
진정한 소설은『평론가들이 끼리끼리 추켜주는 지금의「문단골목소설」이 아니다』고 본격소설을 공격하는 李씨는 소설가들에게『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과 같은 존재,즉 작품의 창조자라는 환상을버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李씨는 90년대초에 나타난 신세대소설의 본질을『창작방법에 있어서는 창조자적 의미의 작가에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전하는 이야기꾼으로의 전환,세계관에 있어서는 80년대적 이념의거부와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의 확신,장르선택에 있 어서는 장편소설적 발상』으로 요약하고 있다.
기존 문화와 그 제도를 전반적으로 부정한 李씨의 신세대적 가치관.문화관은 이 대담에서 蔣씨로부터『너무 대중적인 반응만 의식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들었듯 앞으로 적잖은 시비를 부를 것 같다.
〈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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