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세계축구다>10.볼리비아팀 민주화.자유화붐에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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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이 1승의 제물(?)로 삼고 있는 볼리비아는 2월 중순 국내리그를 모두 끝내고 본격적인 월드컵 준비에 돌입했다.
칠레의 콜로콜로 산티아고에 소속되어 있는 에체베리와 포르투갈의 보아비스타 포르토에서 뛰고 있는 에빈 산체스를 제외한 모든선수들이 합숙에 들어간 것이다.그러나 볼리비아 축구계에 불어닥친 민주화.자유화 바람은 선수들이나 구단 관계자 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길에 버려진 어린 아이들을 모아 축구를 가르치는 빈민구제 시설의 일종인 타휘치라는 축구학교는 국가대표 출신인 아킬레라가 만든 것이다.현 월드컵 대표중 6명이 이곳 출신인데 그는 한때노벨평화상 후보에까지 올랐었고 지금은 시의 체육 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다.
축구와 축구계의 문제점을 가장 잘 아는 그가 마치 군주와 노예같은 구단주와 선수의 관계를 목숨걸고 개혁하겠노라고 나선것이다.보험을 들어주지 않는 구단주들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은 의료보험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만약 구단주 의 뜻을 어기거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선수 자격이 박탈되는 터무니 없는관계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겨울 무릎 부상을 당한 에체베리는 크리스마스때 가족에게 가는 것조차 금지당했다.이런 현실은 볼리비아나 주변 국가들도 비슷해 에체베리가 뛰고 있는 칠레도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중에도 배짱이 두둑한 아츠카 과타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에만 전념하려고 애쓰고 있으나 그것도 쉬워보이지 않는다.그는 계획도 없이 스페인으로 갔다가 향수병을 못이겨 알콜 중독 증세까지 보인 볼리비아의 슈퍼스타 에체베리를 지난해에 다시 볼리비아로 데려와 대표팀에 복귀시켰다.
에체베리는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선취골을 올렸고 44년만에 본선 티킷을 따내는데 수훈을 세워 아츠카 과타와 함께 볼리비아의영웅이 되었다.
에체베리는 예선전이 끝나고 남미에서 가장 부자팀인 음료회사 콜로콜로 산티아고와 계약,칠레로 갔으나 지난 겨울 다시 무릎 부상을 당한 것이다.4월까지 어쩌면 뛰지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걸 보면 꽤나 심각한 것처럼 보인다.
더구나 경험도,조직력도 없는 허술한 수비때문에 어차피 공격에의존해야 하는 감독으로선 에체베리의 부상이 큰 타격이 아닐수 없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플라티니의 볼리비아 복사판이라고 불리는 산체스는 지금 포르투갈에서 뛰고 있다.산체스는 프리킥이 날카롭고 경기의 완급조절을 잘하는 게임 메이커지만 에체베리와 빠른 공격 파트너인 윌리엄 라말로가 있기 때문에 빛이 났 던 것이다. 대부분 선수들의 월급여가 80만~90만원선으로 이번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팀중 가장 가난한 선수들인 볼리비아에 불어닥친 민주화 바람,공격밖에 길이 없는 볼리비아팀의 핵인 에체베리의 부상.이런 와중에도 아츠카 과타는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다. 예선전때『1백만달러를 줄테니 평지에서 경기하자』면서 본선진출 가능성이 전혀 없던 볼리비아를 꼬드긴 브라질에『웃기지 마라.본선에 진출하면 최소한 2백만달러가 보장된다』며 코웃음치던그의 배짱이 이렇게 어려울 때 어떻게 해결책을 찾 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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