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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더 변신할 것인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3호 27면

바야흐로 동아시아는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에 접어든 듯하다. 홍콩의 행정장관 선거에서 도널드 창(曾蔭權)이 연임에 성공했고, 고이즈미에서 아베로의 정권 계승이 참의원 선거에서의 민주당 압승으로 큰 도전을 받는가 하면, 올 12월에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그리고 내년 봄에는 대만의 총통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그에 못지않게 세간의 주목을 끄는 것이 올가을에 열릴 제17차 중국공산당 전당대회(이하 17대)라고 하겠다.

총서기이자 국가주석인 후진타오(胡錦濤)는 최소한 5년의 임기를 더 수행할 것이 확실하지만 이번 17대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기실 다른 데에 있다. 즉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의 권력 승계는 덩샤오핑(鄧小平)을 비롯한 혁명원로들의 집단 합의로 이루어졌지만 이번에 장정(長征) 이후 세대에 의해 처음으로 새로운 영도그룹에 대한 결정과 예고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얼마 전 사망한 황쥐(黃菊)를 비롯해 내년에 70세 연령제한에 걸리는 성원들로 인해 정치국 상무위원의 절반가량이 바뀔 것으로 보이는데 쩡칭훙(曾慶紅)의 진퇴 여부와 더불어 이번 인사에 후진타오의 입김이 얼마만큼 작용할지가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상하이시 당서기 천량위(陳良宇)의 실각 이후 회자되었던 ‘상하이방(上海幇)’의 입지 변화가 명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16대와 같이 총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선출될 것인지, 또 정치국원의 수가 30명 정도까지 증원될지에 대한 많은 추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후의 후계자로 불리는 ‘공청단파(共靑團派)’ 리커창(李克强)과 리위안차오(李源潮)의 정치국 또는 상무위 진입 여부와 함께 ‘태자당(太子黨)’의 선두주자인 시진핑(習近平)과 위정성(兪正聲) 등의 행보도 관심의 대상이다. 장쩌민의 경우에도 두 번째 임기 중에 자신의 색채를 보다 많이 드러냈음을 감안하면 파벌 간의 균형은 유지하되 자신의 개혁을 지속할 수 있는 인선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장쩌민이 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키기 위해 ‘삼개대표(三個代表)’ 이론을 널리 선전했지만 지금은 그 위세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를 잘 아는 후진타오는 과연 자신의 ‘과학발전관’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대만 문제는 건드릴수록 오히려 해결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큰 사안이며, 다양한 격차의 해소는 이미 시행 중인 ‘진흥동북(振興東北)’, ‘중부굴기(中部<5D1B>起)’ 및 ‘화해사회(和諧社會)’ 등을 통해 진척되고 있기에 구태여 17대의 어젠다로 만들 필요는 없겠다.

주목할 것은 오는 가을에 시작되는 후의 두 번째 임기 중에 ‘천안문사태’의 20주기가 겹친다는 점이다. 티베트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덩샤오핑의 주목을 받았던 후로서는 천안문사태에 대한 ‘뒤집기(平反)’를 감행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전혀 무관한 5세대 지도자가 하는 것보다는 그 정치적 함의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천안문사태의 가장 큰 수혜자인 장쩌민이 건재한 상황에서 정치적 결단 없이는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2008년의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은 20년 전 올림픽을 치렀던 한국의 경험 -소득의 증대는 민주화의 욕구를 만들어낸다는 점- 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1억6000만 명 이상의 중국인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군중 시위의 발생 빈도를 줄이는 지방관리에게 빠른 승진을 보장하는 중앙당 조직부의 신규정을 접하면서 소련의 붕괴가 군사력의 약화나 미국의 위협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국내적 문제로 인해 야기되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중국의 진정한 ‘부상’이 내부적 ‘변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7대에서의 결정과 그 집행은 향후 50년의 국제정치 정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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