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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의 영어산책 <11> ‘부자학 개론’ 유행하는 미국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3호 26면

‘Richie Rich 101.’

2007년 7월 29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일요일판에 나온 기사 제목이다. 이 제목을 보고 얼른 ‘부자학 개론’이 떠오르면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다.

‘101’은 아주 편리한 숫자다. 아무 과목이나 ‘101’을 붙이면 ‘~ 개론’이 된다. 미국 대학의 강의 제목으로 쓰인다. Econ 101, English 101, Psychology 101 등. 수많은 입문, 개론, 원론 과목이 101로 끝난다. 사회생활에 필요한 많은 주제에도 붙는다. Honeymoons 101, Dental Insurance 101, Mental Health 101 등. 강의 제목이 네 자릿수인 대학에서는 101 대신 1001이나 1010을 쓴다.

Richie Rich는 1950~80년대 동명의 미국 만화 시리즈에 나오는 거부 집안의 외아들 이름이다. 7~10세 정도 되는 착한 어린이다. ‘Home Alone(나홀로 집에)’에서 명성을 얻은 Macaulay Culkin(매컬리 컬킨) 주연으로 Richie Rich라는 영화가 94년에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소문자로 시작하는 richie는 미국 속어로 나이 어린 부자를 말한다. 보통 경멸의 뜻이 담겨 있다.

종합하면 ‘Richie Rich 101’은 ‘부잣집 애들을 위한 부자학 입문’이라는 뜻이 된다.

이 기사는 남가주(Southern California)에 있는 UC Irvine에서 개최된 어느 여름캠프에 대한 이야기다. 캠프 이름은 ‘Financial Skills Retreat’. 부잣집 자식들에게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돈을 관리하는 방법(financial skills)을 가르치는 세미나다. 3일 프로그램에 수업료가 5000달러나 되지만 유사한 프로그램이 요즘 미국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Retreat는 소그룹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한 장소에서 같이 지내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 흔히 쓰는 ‘MT’라는 말 대신 retreat라고 하면 미국 사람들이 금방 알아듣는다.

이 Retreat는 주식을 사고파는 법, 신흥시장 투자 노하우, 크레디트 카드 사용법 등 경제생활을 잘하는 법을 가르친다. 첫머리에서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야 했다.

"What does money mean to your family? What are the dangers of money? (여러분 가정에서 돈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돈은 어떤 면에서 위험한가?)"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부자 3대를 못 간다(富不三世)”라는 말이 주는 경고에 대한 미국식 대비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백만장자의 수가 두 배 이상 늘었고 2002년에서 2052년 사이에 부모들이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을 전부 합치면 30조 달러에 달한다. 아무리 돈 많은 부모라도 자식들이 물려준 재산을 흥청망청 써버리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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