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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없고 인치만” 한목소리(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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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개혁 청사진 미흡… 인사엔 「신토불이」 만연
19일 정치분야에 관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은 예상대로 김영삼대통령의 1년을 기대이하로 평가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 대통령의 개혁이 『몇개의 구호로만 남았다』(이종찬 새한국당 대표)며 질문의 대부분을 성토로 일관했다. 민자당 의원들도 박근호·이영창의원이 언급을 자제했을 뿐 현경대의원은 논지는 달라도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각종 개혁으로 현 정부의 신뢰성은 충분히 확보됐다』는 박근호의원(민자)의 발언은 그야말로 소수의견이었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과거 1년이 『정치는 없고 전제군주식 인치만 있었으며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은 없고 구호뿐인 언치의 계절이었다』(안동선의원·민주)는데 입을 모았다. 안 의원은 『UR 협정으로 농어촌은 절망의 그늘이 덮이고,물가폭등으로 노동자·서민 대중이 골병들고,빈부의 격차는 골이 깊어가며,국토의 균형발전전략은 실종되었을뿐 아니라 관료집단은 차라리 개혁의 대상이 돼있으며,환경과 인간적 삶의 질을 위한 정치는 재벌중심의 경제논리에 밀려 방황하고 있는 것이 신한국의 현실이요,개혁의 실상』이라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개혁이 실패한 원인으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이종찬의원은 『국민들은 새 정부가 들어선 이래 즉흥적인 구호와 단문적 외침에 식상하고 있다. 걸핏하면 원년이다,제2의 건국이라고 부르짖고 있지만 실제로 새로운 대안도,비전도 없다』고 비판했다. 현경대의원도 『국민들에게 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명확하게 인식시키지 못함으로써 개혁추진과정에서 많은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인정했다.
안동선의원은 『가장 큰 문제는 개혁의 주체와 개혁의 대상이 혼재돼있어 정권 자체의 태생적 한계가 극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개혁의 과제는 과거 군사독재시설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청산하고 동시에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데,개혁을 중단하고 그것을 국가경쟁력이라는 구호로 덮으려 한다』(유인태의원·민주)는 것이다.
현경대의원도 『마치 부정비리의 적발 처벌이 개혁의 전부인 것처럼 실적만 강조되고… 사례 중심·단기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불공평한 사정·표적수사·괘씸죄·단죄 등 새정부는 어떤 기준도,원칙도 없이 갈팡질팡했다』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은 그 원인을 『최고지도자의 목표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가지는 인사다. 안동선의원은 세간에서는 김 대통령의 측근 중심인사를 꼬집어 「상도동 가신들만 김 대통령 체질에 맞다」는 뜻으로 「신토불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유인태의원은 『정치가 국력낭비라는 생각은 70년대 유신식 발상』이라며 『민주적 토론과 절차들을 불필요하게 느끼고,오직 지도자의 의지만 믿고 따르라는 식의 발상이 전환되지 않고는 진정한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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