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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헐리우드 폭풍-관객 동원 全유럽영화 압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지난 10일 개막된 베를린 영화제는 15일 폴란드의 거장 크지슈토프 키예슬로프스키의 『삼색:화이트』가 상영되면서 점차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영화의 막강한 영향력이 시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이번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 품된 미국영화는 피터 위어의 『겁없는 사람들』과 조너선 뎀의 『필라델피아』단 두편.여기에 특별초청작품인 『칼리토』(브라이언 드 팔마),『섀도렌즈』(리처드 애튼버러),『남은 나날들』(제임스 아이버리)등 3편을 합쳐도 5편에 지나지 않 는다.유럽영화가 경쟁부문에서만 15편이나 되는 것에 비하면 수적으로는 미미한 편이다.그러나 인기나 관객 동원면에서는 유럽영화 전체를 능가하고 있다. 개막 이틀째 상영된 『겁없는 사람들』은 주상영관인 초 팔라스트의 1천2백석을 가득 채웠다.15일 오후8시30분(현지시간)에 상영된 『필라델피아』에도 엄청난 관객이 몰려 암표가 나돌기도 했다.
또 주연인 톰 행크스의 회견장엔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기자들이 들어가기도 힘들정도였다.
베를린의 이러한 「미국영화 열기」는 20일 『칼리토』의 상영에 맞춰 알 파치노가 방문함에 따라 절정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미국영화의 강세는 개막식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다.이번 개막식에는 이례적으로 미국영화수출협회장인 잭 발렌틴이 참석,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방문이 『유럽영화계에 대한 호의의 표시』라고 밝혔으나 현지 관계자들은 영화제에서 미국영화에 유리한 입김을 불어넣기 위한 계산된 방문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현지 평론가들은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관객들을 많이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의 득세를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독일및 유럽영화가 열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제까지「미국영화의 독무대 」를 만들어선 안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집행위원장인 모리츠 드 하델른은 유럽 미개봉작인 스티븐스필버그의『쉰들러의 리스트』를 이번 영화제 특별 초청작품으로 들여와 상영하려했다 하여 집중적인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 상영된 경쟁부문 11편의 작품중 미국영화에 대항할만한 수작으로는 쿠바의 토마스 구티에레스 알레아의『딸기와 초컬릿』이 꼽힌다.60년대 후반『저개발의 기억』등 영화로「제3세계 영화의 기수」로 인정받았던 알레아의 이 신작은 대 학 초년생인한 순진한 청년과 동성연애자인 사내의 우정과 갈등을 그린 영화로 변화하는 쿠바사회의 한 단면을 재치있게 드러내고 있다.
인종적.성적 편견은 어떻게 극복가능한가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미국영화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박진감과 리얼리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휩쓸다시피했던 중국어권영화는 우즈뉴(吳子牛)감독의『불여우』(火狐)한편에 지나지 않는다.그만큼 이번 영화제는 아시아영화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파노라마 부문에서 상영된 林權澤감독의『 서편제』도 큰관심을 끌지 못한채 상영을 마쳤다.
3회 상영에 평균 관객수는 3백명 정도였다.
영화의 소재가 아무래도 서구인들에게는 낯선 것인데다 영어자막판으로 상영한 탓에 더욱 독일 관객들에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林載喆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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